배 중량 아닌 선복량 증가…적재 활용 면적도 덩달아 늘어선박 증톤 과정서 불법 개조·안전 문제 제기돼…해수부, 기존 어선 적용 놓고 우왕좌왕
  • ▲ 어선.ⓒ연합뉴스
    ▲ 어선.ⓒ연합뉴스


    해양수산부가 선원 복지공간 확보를 위해 연안어선 크기 제한을 완화했지만, 선박 개조를 통한 톤수 증가(증톤) 과정에서 늘어난 공간이 어획물 보관창고(어창) 등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선 현장에서는 선박 증톤 개조 문의가 잇따르는 가운데 불법 개조도 여전해 선박 크기 확대에 따른 안전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수부는 기존 어선에 크기 제한 완화를 적용할지에 대해 담당 부서 관계자가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고 있어 정책을 주먹구구로 추진한다는 눈총을 사고 있다.


    11일 해수부에 따르면 어선원 복지공간 확보를 위해 연안어선의 크기 제한을 현행 8톤에서 10톤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수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


    그동안 연안어선은 과도한 어획을 방지하기 위해 연안어업 8개 업종 중 5개 업종에 대해 어선 크기를 8톤 미만으로 제한해왔다. 제한 업종은 연안선망, 연안통발, 연안조망, 연안선인망, 연안개량안강망 등이다.


    어선 크기가 제한되다 보니 어창 등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휴식공간, 조리실 등 어선원이 이용하는 복지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새로 건조하는 어선은 늘어난 배의 공간을 엔진 마력 증가나 어창 증설 등 어획능력을 향상하는 설비가 아닌 어선원 복지공간 확충에 써야 한다"며 "이를 위해 어선설비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늘어난 공간이 오롯이 선원 복지공간으로 쓰일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시행령 개정을 선주들이 먼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어선 크기 확대를 어창 공간을 키우는 계기로 삼으려는 선주가 적지 않아서다.


    서해지역 한 개량안강망협회 관계자는 "(선주들이) 어선 크기 확대를 원했던 만큼 이번에 어선이 10톤으로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복지공간이 늘어나는 만큼 화물도 더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밀히 말해 이번에 8톤에서 10톤으로 상향된 어선 크기는 배의 중량이 아니라 선복량(적재능력)이어서 물고기를 적재할 수 있는 전체 바닥면적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선미, 조타실, 배의 측면 공간을 개조해 조리실 등을 만든 뒤 위쪽 공간을 활용하면 천장 면적만큼이 어획물 등을 적재할 수 있는 바닥면적이 되는 셈이다.


    복지공간을 어창 등으로 전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해지역 선박안전기술공단 한 관계자는 "어선 검사를 통해 선원 복지공간이나 안전공간 등이 기준에 맞게 설계·제작됐는지 확인할 순 있지만, 해당 공간을 실제로 어떻게 활용하는지는 알 방도가 없다"고 전했다. 선원 복지공간 확대를 이유로 배 크기를 키운 뒤 실제로는 다른 용도로 써도 현장 단속에 걸리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법 개정 이후 어선 증톤 개조에 대한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번 선박 크기 상향 조정은 그동안 선주들이 요구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선박안전기술공단 등에 선박 증톤에 관한 문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선 건조는 어업허가와 직결된 탓에 선주들은 신규 또는 대체 건조보다 기존 배를 활용하는 분산 증톤 방법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분산 증톤은 여러 명의 선주가 공동으로 기존 어선을 사들인 후 그 배가 허가받은 크기(선복량)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8톤짜리 어선을 10톤으로 늘리고 싶어하는 선주 4명이 8톤짜리 배를 1척 사들여 폐선 처리하는 대신 해당 어선이 허가받았던 선복량은 2톤씩 나눠 가져 자신의 배 선복량을 10톤으로 키우고 증톤 개조를 통해 사들인 만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굳이 배를 새로 건조하지 않아도 기존의 어업허가는 유지하면서 배 크기를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증톤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불법 개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과거에도 어선 후미 부분에 2∼3m쯤 FRP(섬유강화플라스틱)판을 덧붙이는 방법으로 어선을 불법 개조했다가 어선 정기검사 때 원상 복구해 단속을 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는데 최근에도 불법 개조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서해지역 선박안전기술공단 관계자는 "최근에도 어선 불법 개조가 적발돼 지역이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며 "현장에서 경찰 단속에 걸려도 선박안전기술공단 검사원 이외에는 개조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어선의 증톤 개조 과정에서 선원 복지공간의 전용이나 불법 개조가 우려되고 있지만, 해수부 담당 부서에서는 기존 어선에 크기 제한 완화를 적용할지를 놓고 상이한 답변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어업정책과 관계자는 "연안어선 크기 제한 완화는 기존 선박은 해당 사항이 없다"며 "신조 어선에 대해서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선원 복지공간은 별도의 설계가 필요한 데 어선 개조가 선박 안전성에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기존 어선도 개정된 시행령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선설비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