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까지 대한항공 출신 안전감독관 비율 50% 미만 감축…비위 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검토사외이사에 안전 전문가 포함하고 중앙안전위는 이사회 직속으로
  • ▲ 대한항공 항공기.ⓒ연합뉴스
    ▲ 대한항공 항공기.ⓒ연합뉴스


    지난해 발생한 대한항공 '땅콩 회항'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승객 안전을 저해하는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경영진에 최고 30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와의 유착을 통한 항공안전감독관의 부당 조사를 막기 위해 2019년까지 대한항공 출신 감독관의 비중은 50% 미만으로 낮추게 된다. 이를 위해 기타 항공사 출신 채용을 의무할당하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민간 전문가 위주로 구성한 항공안전특별위원회(이하 항안위)가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청회를 열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다.


    항안위는 지난 1월 국토부와 대한항공에 대해 특별 안전점검을 벌여 항공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단체 대표 등 15명으로 임시로 구성됐다.


    항안위는 "대한항공은 괌 추락사고 이후 안전투자를 늘리고 국제기준에 맞춰 관련 매뉴얼을 갖추는 등 개선작업을 벌여왔다"며 "하지만 (땅콩 회항처럼) 경영진의 주인의식으로 말미암아 이런 내부 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무력화돼 승객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진단했다.


    항안위는 "대한항공은 중앙안전위원회를 마련하고 교육을 진행하는 등 항공 안전경영과 관련한 내부 체계를 갖췄다"며 "하지만 중앙안전위가 1년에 1차례 개최하는 데 그치고 형식적으로 이행되는 등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내부고발제도도 있지만, 업무를 안전담당임원실서 맡고 있어 고발자 신분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안위는 땅콩 회항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국토부와 특정항공사의 유착 가능성 차단을 위한 감독인력 다양화 △부실조사 방지를 위한 공정한 조사체계 구축 △항공사 안전경영 유도를 위한 법·제도 정비 등을 제시했다.


    우선 항공사 안전경영을 저해한 임원의 근무 제한을 강화하는 안을 내놨다. 대상 법률을 항공법뿐만 아니라 항공보안법, 항공철도사고조사에 관한 법률 등으로 넓혀 현재 2년인 근무 제한 기간을 5년으로 강화하자는 것이다.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로 말미암은 안전 저해 행위에 대해서도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경영진이 부당한 지시를 내려 승무원의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방해하면 과징금의 3배까지 부과할 수 있게 했다. 국토부는 2013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 이후 관련 법을 손봐 항공사 과징금 상한액을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렸다.


    항안위는 또 위계·위력으로 기장 등의 업무를 방해하면 현재 최고 500만원인 벌금을 형법에 상응하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현실화하도록 항공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처럼 땅콩 회항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형법이 아닌 항공법에 따라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게 된다.


    개선안은 항공사 내 안전분야 담당 인원의 자격도 강화하기로 했다. 비전문가인 총수 일가가 낙하산으로 선임되지 않게 운항·정비·품질·선임기장 등 해당 분야 경력 기준을 명시하기로 했다.


    항공법상 보고 의무가 있는 항공안전장애 항목에는 '회항'을 추가했다.


    유명무실한 중앙안전위는 사장 직속에서 이사회 직속으로 옮기고, 사외이사에도 안전분야 전문가가 선임되도록 개선했다.


    항안위는 "사외이사 구성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자칫 경영권 침해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권고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외국은 사외이사에 안전 전문가를 포함하고 있다. 호주 콴타스항공의 경우 사외이사 3명 중 2명이 안전분야 전문가였다"고 설명했다.


    중앙안전위를 이사회 아래 두어도 이사회가 거수기에 불과할 경우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대한항공도 이번 사건을 통해 느낀 게 있을 것"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그건 대한항공의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항안위는 운송사업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다며 간접적인 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다.


    항안위는 항공안전감독관 강화를 제시했다. 국토부와 항공사의 유착고리를 끊기 위해 감독관의 특정 항공사 편중비율을 앞으로 매년 10%씩 줄여 2019년까지 50% 아래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현재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의 88%는 대한항공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10년 이상으로 돼 있는 감독관 지원자격을 5년 이상 근무경력자로 완화하기로 했다. 항안위는 5년 이상 조건은 지원자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국제기준에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안위는 지원자격을 확대하면 지원대상이 대한항공은 7~8%, 기타 항공사는 15%쯤 지원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감독관도 올해 1명을 시범 채용한 뒤 내년 이후 2~3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항안위 관계자는 "주요 사안을 조사할 때는 감독관이 단독으로 조사하지 못하게 하고, 감독관도 재산을 신고하게 해 뒷돈거래를 차단하는 방안도 제안한다"면서 "특히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엄격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면직 이후 관련 업체 취업을 제한하는 제도 도입 검토도 포함했다"고 밝혔다.


    또 "매년 감독관의 대상 항공사를 바꾸고 채용 후 2년 동안은 출신 항공사 감독에서 배제하는 세부안도 마련했다"며 "감독관의 신분보장도 중요한 만큼 현재 1년+2년+2년인 재계약 조건은 2년+3년으로 고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항안위는 이번 공청회를 통해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만든 뒤 이달 안으로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독관 편중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대한항공 외 항공사 출신 감독관을 할당해 채용하는 등 항안위가 제시하는 안을 적극 검토해 실행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