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익'이란 동의서 제출 매건 필요하다는 의미… 해고하겠다는 것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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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은행이 직원들에게 민감정보 동의서에 서명을 강요함으로써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김한조 행장은 “지난 2011년 이래 계속 활용해 온 동의서로 법적으로 문제될 바 없는데, 지금 갑자기 논란이 제기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김한조 행장은 14일 오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김한조 행장은 “외환은행이 임직원 개인정보동의서로 노조를 압박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연맹)와 모 국회의원(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성명서와 보도자료를 각각 발표하더라. 오늘 출근해보니 노조가 주차장에서 규탄대회를 벌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이 그저 황당할 따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에 문제가 된 임직원 개인정보 동의서는 지난 2011년부터 관계 부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정한 것이며, 지난 3월에 한 차례 개정을 거친 후 4월부터 사용 중”이라며 “직원 중 누구도, 심지어 노조조차도 문제 삼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논란이 이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을 이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구태언 법무법인 테크앤로 변호사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 뉴스 전문 채널에서 크게 보도해서 놀랐다”며 “현재 문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외환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동의서는 동종 업계의 여러 동의서와 대동소이하다. 이는 2011년 9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당시 표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제정된 것이다. 중요한 문구는 대부분 법령상의 문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노조와 심상정 의원실, 금융산업노조 등에 따르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동의서의 내용들은 △건강정보 △CCTV 촬영화면 △노조 가입 여부 △가족사항 및 결혼여부 △상별 및 평정을 위한 사생활 정보 △건강 질병 등에 대한 정보 등이다.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는 해당 정보들을 필수 정보로 지정하고, ‘필수 정보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외환은행 측의 판단이다.

     

    외환은행 측의 설명에 따르면 △건강정보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건강검진 및 의료혜택의 지원 제공 △CCTV 정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감독규정 등에 따라 고객정보를 포함한 은행의 내부정보보호, 도난방지 및 설비보호 △노조 가입 여부는 노동관계법 및 단체협약 등에 따른 노동조합비 일괄 공제 △가족사항 및 결혼여부는 경조금 지급, 자녀학자금 지급 등의 복리후생 제공 △상벌 및 평정을 위한 사생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한 근로계약 이행 및 유지 △건강 질병 정보는 근로복지기본법 등에 따른 의료혜택 지원 등의 목적에 따라 수집하고 있다.

    불이익 고지 문구에 대해 구태언 변호사는 이와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2항 4호에 따른 것이다. 해당 조문은 ‘개인정보 제공 거부에 따른 불이익을 고지하라’고 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불이익이 제공되느냐에 대해서는 “건강검진 받을 때마다 동의서를 매번 제출해야 하는 등, 개인정보 제공이 필요한 일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동의서를 작성해야 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언론과 금융노조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해고하겠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은행 내부에서도 “노조 측이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는 여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한 직원은 “외환은행의 경우 유니언샵(union-shop : 모든 직원이 입사와 동시에 노동조합에 가입토록 한 제도)을 채택하고 있기에, 월급에서 노조 회비가 자동 공제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져 왔고, 그렇게 하면 직원 입장에서도 편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조 가입 정보를 수집하는 게 당연한데, 이를 문제삼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 ▲ 김한조 외환은행장 ⓒ 외환은행 제공
    ▲ 김한조 외환은행장 ⓒ 외환은행 제공


    한편, 김한조 행장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노조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는 현재 2.17 합의서를 근거로 두 은행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2.17 합의서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에 편입된 후에도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는 내을 골자로 하는 서면이다.

     

    이를 근거로 노조 측은 하나금융을 상대로 통합작업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상태다. 하나금융은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한 상태며, 오는 15일 이의신청에 대한 2차 심문을 앞두고 있다.

    김한조 행장은 “(원활한 통합 작업을 위해) 그동안 진정성을 가지고 한 달 간 노조와 대화했다. 내일 법원에 출석해 이 점을 충분히 설명하겠다. (이의신청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에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일 심리가 끝나더라도 노조와의 대화는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화 경과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노조와 다섯 차례에 걸쳐 대화를 진행했다. 지난 4월 20일 열린 3차 대화 당시 노조가 수정 합의서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으므로 29일 새로운 합의서를 제시했다. 그런데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그렇다면 노조가 원하는 수정안을 보여달라.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 노조 측은 별다른 수정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