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원조·무동력 도전 성공…도전정신 고취·세월호 참사 치유 계기
  • ▲ 항해 중인 김승진 선장.ⓒ충남도
    ▲ 항해 중인 김승진 선장.ⓒ충남도


    국내 최초, 아시아 4번째, 세계에서는 비공인 포함 10번째로 단독·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한 김승진 아라파니호 선장(52)이 16일 충남 당진시 왜목항으로 귀항한다.


    14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 선장은 지난해 10월19일 왜목항을 출발해 210일간 적도와 피지, 칠레 케이프 혼, 남아공 희망봉, 인도네시아 순다해협을 거쳐 총 4만1900㎞(2만2600해리)를 홀로 항해했다. 김 선장이 모는 아라파니호는 현재 무사히 서해 연안에 들어와 입국 수속을 준비 중이며 16일 입항 일정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장의 도전을 지원하는 희망항해추진위원회 김상균 사무국장은 "건강 상태는 좋다고 들었다"며 "제주도를 지날 때 김 선장이 대국민 희망 메시지 동영상을 바다에 던졌는데 아직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2013년부터 단독·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 도전 계획을 세웠고 지난해 4월15일 이를 공식 발표했는데 바로 다음 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처음에는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고자 도전에 나섰으나 세월호 사고가 터지면서 바다에 대해 두려움과 아픔을 갖게 된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 있는 도전으로 거듭났고 이후 '희망 항해'로 불리게 됐다.


    단독·무기항·무원조 요트 세계 일주 성공을 공식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적도를 2회 이상 통과해야 한다. 모든 경로를 한쪽 방향으로 지나야 하고 항해거리는 2만1600해리 이상이어야 한다. 김 선장의 이번 항해는 이런 모든 조건을 만족했다. 모터가 아닌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세일링 요트를 타고(무동력) 항구에 정박하지도 않고(무기항), 다른 배 도움도 없이(무원조), 홀로 요트 한 척만으로(단독) 지구를 한 바퀴 돈 것이다.


    김 선장은 지난 2월2일 이번 도전의 최대 난코스인 남아메리카 대륙 최남단 케이프혼을 통과해 우리나라 최초로 '케이프호너'가 됐다. 케이프혼은 남미와 남극의 남극해 구간으로 연중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가 일어 바다의 에베레스트로 불린다. 요트로 케이프혼을 통과한 사람에게는 케이프호너라는 명예의 호칭이 주어진다.


    김 선장은 2월26일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인 희망봉을 무사히 통과한 뒤 지난달 15일 2번째 난코스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 순다해협도 무사히 통과했다.


    김 선장이 16일 귀항하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4번째로 단독·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 완주자를 배출하게 된다. 예산이 부족한 관계로 영국에 있는 세계세일링속도위원회(WSSRC)의 공인은 어렵게 됐지만, 한국기록원을 통해 한국 최초라는 기록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희망항해추진위원회는 김 선장의 도전이 비공인기록을 포함하면 세계에서 10번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 항해 중인 김승진 선장과 요트.ⓒ충남도
    ▲ 항해 중인 김승진 선장과 요트.ⓒ충남도


    단독·무기항·무원조·무동력 요트 세계 일주는 1969년 영국인 로빈 녹스 존스턴이 312일 만에 세계 최초로 도전에 성공했다. 이후 일본의 호리에 켄이치가 1974년 세계 두 번째로 도전에 성공했고 이후 30년 넘게 성공자가 나오지 않다가 2010년 호주의 16세 소녀 제시카 왓슨이 전 세계의 관심을 끌며 도전에 성공했다.


    바다를 볼 수 없는 충북 청주가 고향인 김승진 선장은 다큐멘터리 PD로 뉴질랜드에 갔다가 요트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크로아티아에서 9톤 규모의 유람선 요트를 사들여 대서양, 태평양 등 대양횡단을 마쳤다.


    김 선장은 이번 도전 전 과정을 스스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해양레저 진흥과 새로운 도전을 위한 귀중한 영상자료가 될 전망이다.


    희망항해추진위원회와 해수부, 충남도, 당진시 등은 김 선장 귀항에 맞춰 16, 17일 이틀간 당진 왜목항에서 기념행사를 연다.


    행사는 공식 입항식을 비롯해 △해양레저스포츠 퍼레이드 △토크 콘서트 '김승진의 항해일지' △아라파니 스타그램 △요트 세계 일주 기념관 운영 등 다양하게 펼쳐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