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질병센터 "한국여행 계획 안바꿔도 된다"... "세월호 참사 때와는 달라" 목소리 높아
  • #한 산악회는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오는 20일 예정돼 있던 포항 내연산 정기산행 행사의 취소 여부를 검토했다. 참가신청이 평소보다 부진, 메르스 탓 아닌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영진들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결정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는 행사를 취소했지만 "세월호와 메르스는 다르다. 위축될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예약한 관광버스와 현지 식당도 그대로 이용키로 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국내.외 관광객이 급감하고 각종 행사도 줄줄이 연기, 취소되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심리로 과민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한국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현명하게 대응,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스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은 물론 내국인들의 국내 여행도 급속하게 위축됐다.

     

    우리나라 여행을 포기한 외국인은 지난 4일 현재 2만600명이다. 중국인이 4400명으로 가장 많고 대만 2900명, 일본 1000명, 동남아 300명 등이다. 내국인 관광객도 이달 들어 4500여 명이 제주도 관광 예약을 취소했다.

     

    지난 주말 등산객은 평소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전국의 공원과 동물원, 놀이동산 등도 한산했다. 상당수 관광지는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각종 행사도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12일 부산에서 열 예정이던 '2015 KB평생사랑 콘서트'를 9월 이후로 연기했고, 하나은행은 지난 6일 열릴 예정이던 '하나이노베이터 워크숍'에 이어 11일의 '주니어드림 소사이어티' 행사도 미뤘다.

     

    기업은행도 11일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 19일 '천안함 2함대 견학 이벤트'는 물론 고객 대상 'IBK 무역실무 아카데미' 일정도 보류키로 했으며 우리은행도 고객 및 직원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한국거래소는 전국 12개 도시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파생상품시장 신상품 투자설명회' 일부를 취소했다.

     

    현대해상은 13일 열기로 했던 '소녀 달리다' 행사를 잠정 연기했고 24~25일 초등생 교통안전 뮤지컬대회도 미뤘으며, 한화생명도 6~&월 개최하려던 '세계 어린이 국수전'을 보류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13~14일 강원도 횡성에서 진행하려던 '희망나눔캠프' 행사를 취소했고, 밀레도 6~7일 청계산과 도봉산에서 열려던 냉감소재 제품 샘플링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데상트코리아는 14일 서울에서 개최하려던 '듀애슬론 레이스 2015' 행사를 연기했다.

     

    나들이객이 줄면서 여객기 탑승률은 물론 고속도로 통행량도 감소했다.

     

    국제 행사도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에서 메르스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한중 경제협력과 교류사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12일 송도국제도시에 열려던 중국 웨이하이시 상품전시관 개관도 무기 연기됐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8일 "미국인들이 메르스 때문에 한국 또는 다른 나라의 여행 계획을 변경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 단계에서는 한국 지역사회에 메르스가 계속 전파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

     

    8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과학기자대회 외국인 참가자들도 "메르스 감염으로 국제대회를 취소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이구동성이다.

     

    한 참가자는 "왜 한국사람들은 길거리에서도 메르스 감염을 지나치게 걱정하는지 모르겠다"며 "모두 병원 감염이고 지역사회 감염도 없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한편 중동지역 사업장이 있는 두산그룹은 이번 사태 초기부터 발빠르게 대응,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두산은 이슈 발생 즉시 300여 명의 중동 출장.파견인력을 대상으로 집중 모니터링하고 그룹 차원의 메르스 대응지침을 배포했다. 이 지침에는 예방단계, 발생단계, 급속확산단계 등 상황별 대응 프로세스가 구체적으로 담겼다.

     

    특히 전 사업장 출입구 손세정기 확충, 열화상 카메라 운영, 출장시 EHS팀 승인 프로세스 등 실질적 예방활동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