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배당 상향·거버넌스위원회·CSR 위원회 신설 주주친화정책 IR서 발표
  •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관련 긴급 간담회. (왼쪽부터)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최동익 의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홍석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과장. ⓒ김수경 기자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관련 긴급 간담회. (왼쪽부터)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최동익 의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홍석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과장. ⓒ김수경 기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의 반대에 부딪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열쇠를 쥔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해 어떤 표를 던질지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수익성·국익·장기적 관점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1간담회실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실 주최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관련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 의원을 비롯해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홍석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과장 등이 참석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중심으로 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기준과 방향성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장섭 교수는 국민연금의 투자 원칙을 총 3가지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투자기관인만큼 지속적으로 수익률을 내야하며, 국민연금인만큼 국익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투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어떤 두 기업이 합병을 발표해서 한 기업의 주가가 20% 가량 올랐다면 투자수익이라는 관점에서 찬성이 옳은지 반대가 옳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삼성물산의 경우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20% 가량 올랐는데 엘리엇이 주장하는 합병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은 논리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합병을 반대하는 엘리엇은 전형적인 벌처펀드(vulture fund), 행동주의 펀드"라면서 "단기 고수익을 낸 뒤 빠지는 해외 펀드는 그 회사의 장래나 해당 국의 장래에는 관심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하며 국민연금은 누구편을 드는 것이 국익과 한국경제의 미래에 바람직한가를 따져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제일모직과 같은 삼성계열사에도 모두 투자하고 있는만큼 한 기업의 단기적 주식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봐야한다"면서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이배 연구위원은 신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독립된 회사가 아닌, (삼성이라는) 하나의 지배권 아래 있는 두 회사"라면서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가장 낮을 때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과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채 위원은 "합병 발표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20% 가량 올랐다고 했지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10년, 20년 후의 회사 가치를 생각할 때 이번 합병이 주주들에게 긍정적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삼성물산 주식이 합병 발표 후 대폭 오른 것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는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인한 지주사 프리미엄이 붙었기 때문"이라면서 삼성물산 주가가 가장 낮을 때 합병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합병 이슈 없이 삼성물산 주가가 1,2년 후 과연 회복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민연금이 지난 2009년 가입한 UN PRI(책임투자원칙)의 제 1원칙은 투자를 행함에 있어서 재무적인 면만 보지말고 기업의 환경적, 사회적, 거버넌스 측면을 균형있게 고려해 투자대상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며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 있어서도 이 세 가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게 아니라 소 잃기 전 선제적 대응을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어느 정도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기관투자가의 적극적 대화와 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 측 참석자인 최홍석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과장은 "이번 삼성물산·제일모직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합병 이슈가 있을 때마다 국민연금은 자체 의결권 지침에 근거해 판단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점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방향성"이라고 말하며 "그 밖에도 사안별로 수익성, 안정성, 공공성, 유동성, 운용의 독립성 등 내부 가이드라인을 따져 결정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내 투자컨설팅 회사, 증권 회사 등의 자문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병 이슈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철저히 시너지 효과를 검증할 것이며 제일모직이 발표한 합병 시너지 효과 및 주주친화정책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할 계획"이라면서 "1차적으로는 기금운용본부에서 삼성물산 합병이 국민연금 기금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인지 판단하고 거기서 결론이 안날 경우 의결권 행사 전문 위원회로 넘어가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던 같은 시간, 제일모직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삼성물산과의 합병 성공을 위해 배당 상향, 거버넌스·CSR위원회 신설 등 주주친화 정책을 발표했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이날 "배당 성향은 30% 수준을 지향하며 회사 투자기회, 사업성과 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배당을 상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일모직은 이사회의 독립운영 방안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와 CSR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말했다. 거버넌스위원 중 1명은 주주이익 보호담당 위원으로 선임해 이사회와 주주 간의 소통을 맡게 된다.  

    국민연금은 보통주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10.1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단일주주다. 내달 17일 예정된 합병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 있어 국민연금은 합병 통과의 결정적 역할을 하게되는 만큼 국민연금이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관련 긴급 간담회. (왼쪽부터) 채이배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최동익 의원,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홍석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 과장. ⓒ김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