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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가 24일 크게 출렁였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찬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국민연금이 SK C&C와 SK의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편에서는 향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SK합병과 삼성물산의 합병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 급등락은 과도한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삼성물산은 전일대비 2700원(4.03%) 오른 6만9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이후 약보합권에서 움직였지만 국민연금의 결정 직후 6%대로 급등했다.
반면 제일모직은 국민연금 결정 직후 9% 가까이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3.86%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급등락은 국민연금이 SK와 SK C&C 합병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SK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에 반대하기로 의결했다.
국민연금 의결위는 SK와 SK C&C가 지난 4월19일 1:0.73의 비율로 합병을 결정한 것에 대해 합병비율이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 지분이 43.45%에 달하는 SK C&C에 유리하도록 책정된 것으로 판단해 반대의사를 표했다.
국민연금이 SK와 SK C&C와의 합병 반대 이유로 오너 일가에 유리하도록 책정된 합병비율을 문제삼은 만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역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이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입장과 같다.
업계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연금(10.15%)을 포함한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21.5%)을 삼성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면 합병 찬성표가 41.2%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손에 열쇠가 쥐어져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연금이 SK 합병에 반대했다고 해서 삼성물산의 합병도 반대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SK 합병에 반대했다고 해서 삼성물산의 합병도 반대할 것이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이같은 이벤트에 따른 주가 급변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