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성동구에 들어서는 '왕십리 센트라스' 공사 현장.ⓒ뉴데일리경제
    ▲ 서울 성동구에 들어서는 '왕십리 센트라스' 공사 현장.ⓒ뉴데일리경제


    "여기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없어 손바뀜이 자주 일어난 곳입니다.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거래는 불가능합니다." <왕십리 센트라스 인근 중개사무소 관계자>

    현대건설·포스코건설·SK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3월 서울 성동구에 분양한 왕십리 센트라스에서 불법 '다운계약서' 거래가 난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왕십리 센트라스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은 5000만∼7000만원 정도 붙었다. 불과 4개월여만에 수천만원이 올랐다. 하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오고 있다.

    전용59㎡형의 경우 프리미엄이 붙었음에도 분양가와 비슷한 5억2000만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실제 거래금액보다 약 5000만원 정도가 낮다.

    이는 현장에서 다운계약서 작성이 만연한 탓이다. 왕십리 센트라스 인근 개업공인중개사들은 다운계약서 없이는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A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센트라스 분양권 거래를 위해선 다운계약서가 필수"라며 "5000만원 이상인 경우 계약서에는 1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고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업공인중개사 역시 "센트라스는 단기 투자를 목적으로 분양권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운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매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 없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당첨자 발표 이후 센트라스의 분양권 거래는 약 700건에 이른다. 일반분양이 1171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실수요자보다 투자자가 몰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왕십리 센트라스는 전매제한이 없어 단기 투자를 노리는 수요가 몰릴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실제 이 단지는 청약 당시 고분양가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평균 10.5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타입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계약도 약 한달 만에 100% 완판했다. 

    B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당첨자 발표 초기엔 500만∼1000만원대에서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다"며 "최근 5000만원에 나온 매물 주인도 3∼4번 정도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차익 실현 극대화를 위해 다운계약서가 만연해졌다. 매도자가 5000만원으로 합법적인 분양권 거래를 하면 손에 들어오는 이익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매도자와 매수자는 다운계약서를 통해 최대 50%에 이르는 양도세와 취득세를 줄일 수 있다.   

  • ▲ '왕십리 센트라스' 공사 현장.ⓒ뉴데일리경제
    ▲ '왕십리 센트라스' 공사 현장.ⓒ뉴데일리경제


    다운계약서 작성이 적발될 경우 개업공인중개사는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때에는 거래금액 등 거래내용을 거짓으로 기재하거나 서로 다른 2 이상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제36·38조에 따라 6개월 이내 자격 정지 혹은 등록 취소의 처벌이 내려진다. 

    매도자·매수자도 역시 처벌 받는다. 소득세법 91조에 따르면 다운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추징당하게 된다. 매수인도 비과세 대상자라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또 부동산 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한 개업공인중개사 A씨는 "우리 입장에선 다운계약서가 좋은 것이 전혀 없다"면서 "매도자가 다운계약서를 안써주면 거래를 안하겠다고하면 어쩔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같은 불법행위가 단속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입을 맞춘 상황에서 불법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서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중개사무소엔 불법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추후 계약자 간 분쟁이 생겨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개업공인중개사는 물론 매도자와 매수자의 자정 노력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래건수가 많은 상황에서 다운계약서 단속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이해관계가 얽힌 계약자 간의 양심있는 거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