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평화銀 성공 비결 살펴보니… '속도전'과 '협업'의 승리불협화음 나오고 비용절감 집착하면 '전산사태' 발생 우려
  •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두 은행 간의 전산시스템이 무사히 통합돼야 한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그 비결을 알아보자. ⓒ 정상윤 사진기자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려면 두 은행 간의 전산시스템이 무사히 통합돼야 한다. 과거의 사례를 통해 그 비결을 알아보자. ⓒ 정상윤 사진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두 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하나카드가 외환카드와 전산시스템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서비스가 중지되는 등의 고객 불편이 일어난 탓에, 금융권 안팎에선 하나-외환은행의 경우에도 같은 문제가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 측은 하나-외환은행의 경우 카드사와 같은 오류가 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두 은행은 같은 '유닉스' 기반 주전산기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외환카드의 경우, 하나카드는 유닉스, 외환카드는 IBM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산시스템 통합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다. 두 은행의 통합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위한 전산통합 역시 속도전 위주로 이루어진다면 부작용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염려다.

    본지는 지난 2001년말 한빛은행과 평화은행(통합 후 '우리은행'이 됨)의 전산시스템 통합 성공사례, 1997년 미국 웰스파고(Wells Fargo)와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코프(First Interstate Bancorp)의 시스템 오류 사례 등을 살펴보았다.

     

    두 은행의 사례는 하나-외환은행의 성공적 전산 통합을 위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빛-평화은행, 속도전과 협업의 승리

    이영희 홍익대 경영학과 박사, 천정락 前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부사장(홍익대 국제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이순철 前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2003년 한국경영정보학회 학술대회에 참가해 '은행 전산시스템 통합 : P은행 사례를 위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의 전산시스템 통합을 '3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이루어 낸 성공적 통합 사례'로 규정하고,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이들이 분석한 성공요인은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조기통합센터 구축과 통합인력 집중 △통합원칙 준수 △인프라 사전구축 및 프로젝트 기능 강화 등이다.

    논문에 따르면, 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은 통합에 앞서 확고한 원칙을 정했다.

     

    △최단기간 내에 통합 전산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은 규모가 큰 한빛은행 시스템으로 통합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전산기기의 불필요한 투자 및 중복투자를 배제한다. 전산기기 중 재활용 가능한 것과 확장할 수 있는 것을 적극 활용하되, 한빛은행 시스템의 기술 구조를 따른다 △통합시스템인 한빛은행 시스템이 변경되는 것을 최소화해 기간 및 비용을 절감한다 등이 그 내용이다.

    원칙이 세워지고 난 후, 경영진은 확고한 의지로 전산 통합을 추진했다. 통합목표일을 결정하고, 이 결정을 준수할 것을 전 직원에게 공표했다. 모든 프로젝트 중 전산통합을 최우선으로 선정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시켰다.

    원활한 추진을 위해 조기 통합센터를 구축하고 인력을 집중시켰다. 즉, 두 조직의 전산요원들이 같은 장소에서 근무토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산요원들이 양 은행의 전산환경에 대한 정보를 쉽게 공유하고, 업무통합작업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앞서 세운 원칙도 철저히 준수했다. 덕분에 불필요한 의견 충돌을 피할 수 있었으며,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했다.

    저자들은 논문을 통해 "짧은 기간 안에 통합작업을 완료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양행 전산요원 각자에게 불필요한 조직간 갈등 및 불안감을 없애는 요인이 됐다"며 "덕분에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돼 단기간 내에 성공적 통합 작업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의 통합은 단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우선 2001년 12월부터 전산조직 통합이 시작됐고, 2002년 1월에 전산센터가 통합돼 두 조직의 전산요원이 함께 근무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됐다. 업무 통합은 2001년 12월부터 2002년 2월까지 3개월만에 수행됐다.

    ◇ 불협화음과 비용절감 때문에 실패한 웰스파고… 타산지석으로

    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의 사례와 같은 성공사례도 있지만, 미국 웰스파고와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코프의 전산통합 사례와 같은 실패사례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998년 당시 자체 발행하던 주간지 '주간국제금융'에 '은행간 합병에 대한 전산시스템상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이 논문은 Karen M. Kroll이 Banking Strategies 98년 3/4월호에 투고한 논문 Conversion Race를 번역해 요약, 정리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두 은행은 1997년 합병 발표 후 시스템 통합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코프에서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객데이터가 손실되고 부도수표가 발생하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 때문에 주요 예금고객이 이탈하기도 했다.

    논문은 이 같은 오류의 원인으로 △경영진 내부의 불협화음 △비용절감에 대한 지나친 집착 △전문인력의 부족 등을 지목했다.

    논문에 의하면 웰스파고는 퍼스트 인터스테이트 뱅코프의 많은 고위 인사들이 합병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인수를 추진했다. 이 때문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중대사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정한 후, 전산 통합에 전력을 질주한 한빛-평화은행의 사례와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인 셈이다.

    웰스파고가 합병 과정에서 비용절감목표를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 전산기술상의 문제에 대한 충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웰스파고 사례의 경우, 구형 시스템을 그대로 전환할 경우 합병에 따라 증가된 거래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오히려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었다. 이 같은 경우 구형시스템의 개선과 시스템 통합을 병행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강행한 탓에 문제가 터졌다는 것이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로 지목됐다. 조직의 통합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이로 인해 전산 전문인력의 수가 부족해지자 원활한 지원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논문은 "전문인력 부족의 해결방안으로 외부 인력을 아웃소싱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보다는 내부적으로 충분한 기술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내부인력이 처리할 경우 해당 인력들은 사명감을 갖고 근무하게 되며, 기술습득에도 전념하게 된다는 것이다.

    ◇ 성공의 비결은 확고한 의지·신속한 추진·원활한 협업

    두 사례를 종합할 때, 성공의 비결은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 및 확실한 원칙의 정립 △단기간 내에 완료하겠다는 각오 △통합을 앞둔 두 조직간의 원활한 협업 △비용의 절감을 위한 노력 등이 꼽힌다.

    다만, 실패 요인 중 '비용절감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포함됐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되, 꼭 필요한 비용까지 절감하면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