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보도에 대중의 피로도 상승
  •  [권상희의 컬쳐 홀릭] 지독하다. 양측 모두가 깊은 수렁에 빠져버린 형국이다. 과연 언제까지 이 싸움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일까? 솔직히 연일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 관련보도는 소음처럼 느껴진다.
    김현중 버전의 사랑과 전쟁, 사랑이 사라지고 남은 전쟁은 치졸하기까지 한 모습이다. 언론에 기댄 무차별 공격은 과연 이들이 한때 연인이었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다.

    물론 사랑하는, 아니 사랑했던 두 사람 사이의 진실은 두 사람만이 안다. 제 3자가 왈가왈부할 것이 못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모르는 이들의 진흙탕 싸움은 대중을 참견하게 만든다.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향해 겨눈 칼날이 대중에게 피로감을 상승시킨다.

    김현중 버전의 사랑과 전쟁 시즌1은 폭행이 최대화두가 되며 그가 그동안 쌓아왔던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온몸에 멍이 가득한 그의 전 연인 최씨의 증거사진은 대중들을 경악케 했고 당연히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도 좁아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곧 폭행 사실을 인정한 김현중의 사과와 이를 받아들인 최씨의 모습은 잘못이야 어찌됐건 서둘러 봉합된 듯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시즌제 드라마는 두 번째 라운드에 돌입하면서 한층 더 복잡해졌다. 임신, 낙태, 고소와 맞고소라는 자극적인 소재들은 마치 파국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형상이다. 여기에 최씨가 증거로 제시한 문자메시지와 함께 거론된 여자 연예인 J씨에 대한 관심은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래도 한때는 연인이었던 두 사람의 가장 사적인 영역이 언론에 여과 없이 노출되면서 공론화되는 양상이다.

    시즌1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던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번에는 매우 모호해진 느낌이다. 언론을 통한 최씨의 항변이 과연 타당한 것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특히나 김현중은 지금 군 복무 중이다.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치부를 드러낼 대로 다 드러낸 이들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바닥인지 모를 만큼 곤두박질쳐버렸다. 이미 공인으로서의 이미지가 나락으로 추락해버린 김현중은 군 복무이후 연예계 복귀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공인다운 자세와 책임감을 상실해버린 그에게 쏟아지는 질타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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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다단한 구성의 시즌 2는 연일 새로운 내용이 추가 되며 보도되고 있다. 이제는 이들의 치정문제를 그만 듣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미 김현중 버전의 사랑과 전쟁은 시즌 3를 예고하고 있다. 다음 달 중순 최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고, 이제 화두는 친자확인검사다.

    그 이후로도 이 노이즈 보도를 계속 접해야 한다니 그쯤 되면 대중의 피로도가 최고조에 달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이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전쟁의 승자가 과연 누가 될지 알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알아줘야만 할 것 같다. 

    공인, 특히 연예인들의 사적 영역은 일반 대중에게는 관음증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김현중 사건은 사건의 당사자가 언론을 통해 스스로 발가벗은 것이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어찌 됐건 지극히 내밀한 사생활은 아무리 공인이라 하더라도 대중의 알권리에서 제외되어야 마땅하다.

    그들 역시 직업이 연예인일 뿐, 사적인 영역은 보호받아야 마땅한 자연인이니까. 하지만 이번 사건의 무차별 언론 보도는 그 알권리가 과연 어디까지인지 경계선조차 없다. 자극적인 보도는 그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언론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버린 김현중 사건, 대중의 피로감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여과장치는 마련되어야 한다. 날 것 그대로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기에.

     

    문화평론가 권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