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수 비례해 거주 기간 연장… "10년간 싸게 살려면 자녀 2명 이상 낳아라"가족 늘면 넓은 평형 이동 지원… 대기자와 경쟁 불가피 vs 대학생은 기득권 유지
  • ▲ 송파삼전 행복주택 전경.ⓒ국토부
    ▲ 송파삼전 행복주택 전경.ⓒ국토부

    행복주택 거주 기간 연장 조건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보다 신혼부부에게 불공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신혼부부에게도 행복주택 재청약 기회를 주기로 했지만, 수혜 조건이 1인 가구인 대학생보다 덜 유리하다는 견해다.

    2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앞으로 행복주택에 입주하는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이 강화된다.

    국토부는 우선 행복주택에 입주한 신혼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자녀 1인당 2년씩 거주 기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다만, 행복주택 총 거주 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다.

    행복주택 거주 기간은 최장 6년이다. 신혼부부가 행복주택에서 10년간 살려면 자녀를 2명 이상 낳아야 한다.

    국토부는 또 신혼부부가 출산으로 가족이 늘어 더 넓은 행복주택으로 옮기길 원할 경우 청약기회를 추가로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내놓은 행복주택 신혼부부 지원 강화가 대학생, 사회초년생과의 형평성을 맞춘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은 지금도 행복주택 입주 이후 처지가 각각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로 바뀌면 재청약을 통해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신혼부부는 처지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대학생, 사회초년생보다 적은 6년까지만 살 수 있었다.

    가족이 늘어 넓은 행복주택으로 옮기길 원할 때 이를 지원하는 것도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신혼부부가 1인 가구인 대학생보다 불리한 측면이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주자가 행복주택에 사는 동안 처지가 달라지면 기존 입주권리를 유지한 채 거주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조건이 같아 보여도 가구 규모 변화 여부에 따라 대학생과 신혼부부의 기득권 유지에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대학생은 취직해 사회초년생이 돼도 가구 규모는 그대로여서 재청약 때 현재 거처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신혼부부는 가족이 늘어 더 넓은 행복주택을 원할 경우 새 거처로 옮겨야 한다. 이때 기득권 없이 대기자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대학생은 처지가 바뀌어도 연장을 보장받지만, 신혼부부는 연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27일 입주를 시작한 송파삼전 행복주택의 경우 전용면적은 신혼부부를 위한 26㎡와 41㎡, 대학생·사회초년생을 위한 원룸 구조의 20㎡로 구성됐다.

    전용 41㎡는 투룸 구조로 2인 가구가 살기에 넉넉하다는 평가다. 실제 모집에서도 경쟁률 60대 1을 기록했다.

    신혼부부 입주자 오지혜(31)씨는 "투룸형이어서 아기방도 따로 만들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용 26㎡는 좁다는 의견이 많았다. 경쟁률도 공급대상 중 가장 낮은 5대 1을 보였다. 1가구는 아직 미계약 상태다.

    전용 20㎡에 입주한 대학생이 사회초년생이 되고 전용 26㎡에 사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았다고 가정하면 대학생은 처지가 달라져도 안정적으로 행복주택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신혼부부는 공실이 발생한 전용 41㎡를 두고 다른 대기자와 경쟁을 벌여야 한다. 기득권이 인정되지 않아 입주한다는 보장은 없다. 전용 26㎡에서 계속 살면서 아이를 키우거나 행복주택을 나가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학생도 중간에 행복주택을 나갔다가 처지가 바뀌어 사회초년생으로 재청약하면 다른 대기자와 경쟁해야 한다"면서 "아직 공급 물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