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상선 인수 등 凡현대가 지원 추측도 난무
업계선 "향후 자구안으로 영구채 발행 추진할 것"

현대그룹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이했다. 유래없던 해운업 불황이 현대그룹까지 번진 것이다. 

그동안 산업의 등뼈 역할을 해오던 조선·철강이 흔들리면서 각종 루머가 난무하게 번지고 있다. 

재계 서열 21위 현대그룹과 관련하여 최근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은 다름아닌 정부가 한진해운과 강제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대상선이 받은 현대증권 담보 대출 2000억원을 먼저 상환하겠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현대그룹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 측은 "최근 관련 업계에 나돌고 있는 현대상선 포기설은 사실과 다르다. 뜬 소문에 불과하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을 포기하는 자구계획안을 제출한 적이 없다"라며 관련 소식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제3자에게 넘기려 한다는 소문까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안그래도 어려운 시장 환경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관련업계에 퍼지고 있는 뜬 소문 때문에 더욱 곤혹을 치르고 있다는게 현대그룹 측 입장이다. 

해운업 불황의 터널에서 흔들리고 있는 현대그룹의 남은 승부 카드를 짚어본다.

◇자구노력 끊임없이 고민해 왔던 현대그룹 '빨간불'

무엇보다도 지금 그 누구보다도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은 바로 현정은 회장이다.

그동안 현정은 회장은 자구계획안을 발빠르게 진행해왔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그룹 매출의 7할을 점하는 현대상선이 2011년부터 4년 연속 적자를 내기 시작하자 2013년부터 고강도 자구계획안에 돌입했다.

2008년 284%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2011년 404%, 2012년 720%로 거듭 상승했다. 2013년은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1186%로 가장 높게 올라갔다. 

자본이 7000억 원인데 반해 부채가 8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당시 현대그룹은 자구계획안 이행을 통해 3조 3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중 현대상선 자본확충 및 자산 매각 등으로 마련할 금액이 전체의 80%에 가까웠다. 

그동안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부문을 매각해 9700억원을 조달하고 물류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6000억원에 매각했다.

컨테이너박스(1천225억원), KB금융지주 지분(465억원), 신한금융지주 지분(960억원), 부산신항 장비(500억원), 부산 용당 컨테이너야드 부지(783억원), 현대오일뱅크 지분(288억원) 등 유무형 자산을 잇따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자구실적은 3조3318억원으로 101%를 달성했다.

사실상 현대그룹의 위기는 총 6500여억원 규모로 추정되던 현대증권 등 금융계열 3사의 매각작업이 무산되면서 불거진 셈이다. 

지난달 중순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의 계약해제 통보로 그동안 순조롭게 진행돼온 현대그룹의 자구노력에 일순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 ◇향후 자구안으로 영구채 발행 추진

  •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다시 되살아 날 길은 영구채 발행 추진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상선에서 '알짜'로 여겨지는 벌크전용선부문을 분리한 자회사 현대벌크라인이 영구전환사채(하이브리드 CB)를 발행하는 방안인데 발행 규모는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영구채 조달 개념은 현대상선이 한국전력, 포스코 등과 10년, 20년씩 장기로 맺고 있는 벌크(유연탄, 철강 등) 운송물량을 담보로 한 채권을 발행한다는 것이다.

    현재 스팟(단기운송)으로 운항하는 물량은 수익성이 낮지만 장기 벌크 물량은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물량 중 그나마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벌크 물량과 벌크선이 드나드는 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한 채권 발행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영구채 발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경우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하나의 시나리오....凡현대가 도움의 손길 내밀까

    아울러 재계 일각에서는 어려움에 처한 현대그룹을 구할 방법 중 또 다른 하나는 凡현대가의 구원의 손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금력이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상선을 인수하는 시나리오 내다보고 있는 것.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부인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 운송이나 내륙운송, 벌크 등에서 강점이 있고 현대상선은 컨테이너업을 주력으로 하기 때문에 한진해운과 달리 사업 부문이 중첩될 여지가 적다"며 "현대차그룹으로선 해운업이 침체된 상황에서 현대상선의 부실을 함께 인수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겠지만 재무적 여력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최근 현대그룹과 관련된 악재 소식이 줄줄이 쏟아지면서 관련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11일 현대상선은 전날보다 160원(-3.09%) 하락한 5,020원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