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산은 "인수가격 물론 업계 분위기도 중요"... KB금융, 고용안정 앞서지만 복합점포·은행 PB인력 변수미래에셋·한투, 인력은 불어나지만 핵심사업 분야는 달라평균연봉 KB 7800만원 톱…대우>한투>미래 순
  • 대우증권 인수전에 후보들이 사활을 걸고 나선 가운데 합병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등 업계 재편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역시 표면적으로는 최고가격을 써낸 곳에 지분을 넘기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와 업계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KB금융 중 어느 한 곳도 대우증권 인수 이후 맞게 될 지점 통폐합과 구조조정 문제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


    규모적인 측면에서는 KB금융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해 KB투자증권과 합병하는 것이 고용안정 차원에서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KB금융이 현재 은행·보험 부문을 합친 복합점포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인력 재배치 문제에서 충돌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KB국민은행의 전국 지점은 1100개가 넘는다. 특히 국민은행이 WM(자산관리)분야에 초점을 맞춰 은행의 지점에 투자 상담을 맡는 PB(프라이빗뱅커)들이 배치돼 있다는 점은 증권업과 맞물릴 수 있는 부분이다.


    대우증권은 이미 'PB 사관학교'를 운영하며 '독보적 PB하우스'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합병을 하더라도 자기자본이 5조원을 밑돌아 글로벌 IB로 성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에서 증권업계 전체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걸림돌이다.


    물론 단순히 KB투자증권과의 인력과 지점을 비교한다면 합병 이후 손실이 가장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은 9월 30일 기준 서울 36개 지점, 해외 1개 지점, 3개 사무소를 포함해 총 106개 점포를 두고 있고 총 직원은 2961명이다.


    반면 KB투자증권은 현재 서울 9개 지점을 포함해 전국 지점수는 16개에 불과하다. 직원수는 569명이다. 오히려 기존의 대우증권 지점과 인력이 KB투자증권의 지점과 인력을 흡수할 수 있을 규모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했을 경우 지점과 인력 재배치에 대한 고민이 가장 클 수 밖에 없다.


    3분기 말 현재 한국투자증권은 서울 39개지점, 해외법인 6개, 해외사무소 3개를 포함해 총 107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수는 2358명에 달한다. 대우증권과 합병시 지점은 213개, 직원은 5319명으로 모두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뛰게 된다.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7조원이 넘는 대형 IB를 앞세워 중국진출에 속도를 냄과 동시에 유사한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시장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지만 그만큼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산은자산운용까지 패키지로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조조정의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유상증자와 인수금융 추진으로 인수에 사활을 건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서울 35개 지점, 해외법인 9개, 해외사무소 1개를 포함해 총 85개의 지점을 보유 중이다. 총 직원 수는 1768명이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과 합병시 지점수는 191개, 직원은 4729명으로 올라간다.


    리테일의 강자 대우증권과 자산관리의 강자 미래에셋증권이 합치는 만큼 중복되는 사업영역이 적어 합병후 시너지를 가장 많이 낼 수 있다는 전망은 긍정적이다. 특히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꿈꾸는 미래에셋과 국내에도 글로벌 투자은행(IB)이 나와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맞물린다는 점도 인수전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역시 대규모 인력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일각에서는 전통적으로 추진해온 사업영역이 달랐던 만큼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합병 후 연봉문제는 각 회사들의 노조와 직원들의 가장 높은 관심사다. 각 회사가 연봉체계가 다른 만큼 합병 이후 이 문제로 가장 큰 혼란을 겪기도 하는데, 우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합병해 출범한 NH투자증권의 경우 연봉수준을 우리투자증권 기준으로 맞춰 NH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이 상향조정된 효과를 얻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회사가 합병할 경우 임금 수준은 두 회사의 평균 선에서 결정되지만 사기진작을 위해 높은 회사의 연봉기준을 따라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4곳의 회사 중 가장 연봉이 높은 회사는 KB투자증권으로 7800만원으로 조사됐고, 대우증권(평균 근속년수 10.13년)이 7300만원을 기록 중이다. KB투자증권의 경우 계약직 비율이 30%에 달해 10% 전후를 보이고 있는 타 증권사와에 비해 연봉이 높은 편이다.


    한국투자증권(평균근속년수 11.1년)은 7040만원, 미래에셋증권(평균근속년수 7.5년)은 5600만원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