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자사주 매입 배임 아냐"MBK 측 불복… 지분경쟁 장기화 우려공개매수 성공시 지분율 40.27% vs 42.74%장내매수 및 우호 지분 확보 총력전
  • ▲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연합뉴스
    ▲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연합뉴스
    법원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과의 지분 경쟁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숨 돌린 고려아연은 예정대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과반 지분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다. 여기에 MBK·영풍 측은 본안소송으로 법정 다툼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어서 불확실성을 키운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오는 23일까지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을 막아달라는 영풍 측의 문제 제기로 이뤄졌다.

    핵심은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강행했다는 배임 혐의 여부였지만, 재판부는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려아연의 적정주가를 현 단계에서 명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시가보다 높게 자사주 가격을 정했다 하더라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우호세력인 베인캐피탈과 함께 각각 지분 17.5%와 2.5%를 공개매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고려아연이 매입하는 자사주는 소각할 계획이어서 영풍 측과의 지분율 싸움은 따져봐야 한다.

    공개매수를 무난히 성공하고 자사주 소각이 이뤄질 경우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40.27%로 높아진다. 반면 영풍 연합 측은 42.74%로 최 회장 지분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양 측 모두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장내 매수 및 우호 지분 확보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법원 판단 직후 입장문에서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하고, 이후에도 의결권 강화를 통해 영풍 연합의 국가기간산업 훼손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반대로 MBK파트너스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이뤄지는 만큼 장기간 회사 재무구조를 훼손하고 주주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란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며 "가처분 재판부 결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향후 손해배상청구, 업무상 배임 등 본안소송을 통해 고려아연 현 경영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했다.

    영풍·MBK 연합은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과반을 점령해 최 회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거부하면 실제 개최 시기는 내년 초로 미뤄질 수도 있다.

    고려아연 측은 현대차그룹, 한화, LG화학 등 우호 지분을 단속하고 추가 협력을 끌어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사주 소각시 지분율 8.7%를 보유하게 되는 국민연금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여론전도 계속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 동안 주총 안건 92.5%에 찬성표를 던졌고, 지난 3월 주총에서 영풍 측 장형진 고문 측이 반대한 2건의 안건은 찬성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정감사에서 MBK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고, 울산을 중심으로 지역사회의 반발도 강해지는 추세"라며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이 한고비를 넘긴 만큼 지분 경쟁이 장기화되는 것이 영풍 측에 유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