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 2014년 글로벌 최초로 일본 시장에 아이코스 론칭이후 10년… 대도시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 50% 넘겨궐련형 전자담배, 연초 흡연부스 구분… 간접흡연 '0%'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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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스는 덜 위험하고 냄새도 적다.”지난 18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신바시역(驛)의 전자담배 흡연부스에서 만난 이토 히데키(40대) 씨는 “양 쪽(일반 담배, 궐련형 전자담배)를 구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그는 “담배 냄새가 싫어 아이코스로 바꾼지 10년 가까이 됐다”면서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냄새 때문에 (아이코스로) 바꿨다”고 덧붙였다.이어 ‘몇년 전 여행으로 왔을 때와 달리 길이나 식당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문하자 “대부분 부스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신바시역 흡연구역은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로 구분돼있다. 두 구역은 약 100여미터 떨어져있으며 형태도 다르다. 밀폐된 공간으로 만들어져있는 것과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 공간은 칸막이만 있을 뿐 천정은 없다.흡연자들의 천국으로 불렸던 일본이 변화하고 있다.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구분을 엄격하고, 흡연자 중에서도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차등을 둔 것이다. 간접흡연과 냄새로 인한 피해 대부분이 일반 담배에서 비롯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이러한 변화는 한 사고에서부터 시작됐다. 1994년 보행 중 담배를 태우는 ‘아루키타바코’로 인해 어린 아이가 눈을 다치면서부터다. 간접흡연과 실외 도보 흡연(아루키타바코, 歩きタバコ)가 엄격하게 규제되고 흡연 구역도 지정됐다.그럼에도 신주쿠, 아키하바라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실외 흡연이 많았고, 음식점 역시 테이블 구역만 나눴을 뿐 여전히 식사와 음주 도중 실내 흡연이 가능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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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코스 론칭 10년,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 40% 넘겨이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가 2014년 처음으로 아이코스를 일본에 론칭하면서 한 차례 더 변화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이용자가 늘고, 위험성과 냄새에 대한 불쾌감이 줄자 이를 구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이는 2018년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국립보건의료과학원(NIPH)이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연기 속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 대비 90% 적다’는 연구결과를 적극 받아들인 결과다. 이는 PMI 등 업체가 발표한 유해성분 감소 연구 결과와 흡사하다.2014년 아이코스 첫 론칭 당시 1%대였던 일본 흡연자의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은 점차 늘어 최근 40%까지 증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사회 변화의 흐름이 된 셈이다.실제로 도쿄 등 대도시의 경우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자 비중이 50%를 넘어섰으며, 지방 소도시 등도 그 비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가장 큰 변화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실외흡연이 가능한 매장은 모두 전용 부스(흡연장)이 생겼다. 단순히 테이블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격리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 것.특히 금연 지역에서 흡연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했으며, 상습 적발자에게는 최대 30만엔(약 300만원)을 매기기도 했다. 금연 규제를 강화하되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 확대도 동시에 진행한 것이다.대부분의 국가가 금연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일본 정책은 ‘분연(分煙)’이 핵심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철저히 나눠 간접흡연을 줄이겠다는 의도다. ‘흡연율 0%’가 아닌 ‘간접흡연율 0%’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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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담배는 이쪽에서” 나눠진 흡연자… 만족도 ↑현재 일본은 분연에 더해 비흡연자와 흡연자 뿐만 아니라 ‘연초’와 ‘전자담배’ 흡연자를 구분하고 있다. 아이코스를 필두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본 사회에 깊숙이 침투하면서 두 담배를 차이를 인정하고 구분하기 시작한 것이다.인근 타마치역(驛)도 마찬가지였다. 지하철 출입구에 설치된 연초 흡연부스 외벽에는 아예 ‘궐련형 잔자담배 부스는 별도로 마련돼있으니 그쪽을 이용해달라’며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가 붙어있을 정도였다.안내도를 따라 계단을 올라 도보로 2분 정도 이동하니 넓게 구축된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마찬가지로 불투명한 칸으로 외부와 시야가 일부 차단됐지만 천정은 뚫려있었다. 또 인근 쇼핑몰 입구와의 거리는 불과 50m 남짓에 불과했다.부스 입구에서 만난 30대 일본인 비흡연자 남성은 “전자담배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비흡연자도) 불쾌하지 않다”면서 “출퇴근을 하며 (전자담배 흡연 부스를) 지나다니는데 괜찮다”고 말했다.‘일반 연초 흡연 부스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는 “일반 연초 부스는 문이 열릴 때 (출입 시) 지나가면 냄새가 심하게 난다”면서 “코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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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차이는 기본적으로 흡연이 금지된 호텔, 음식점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반 연초의 사용은 제한되며 실내 흡연장을 이용해야하지만, 일부 점포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의 실내 흡연을 허용하는 곳도 있다.특히 호텔의 경우 과거 흡연가능한 객실과 비흡연 객실이 있었지만, 이 흡연 가능 객실은 ‘전자담배 흡연 가능 객실’로 변화하고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식이 어떠한지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지난해 기준 일본의 흡연률은 약 15%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억2500여만명의 인구를 기점으로 계산하면 전체 흡연쟈는 약 1870만명. 이 중 850만명이 아이코스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일본 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아이코스의 점유율은 70%를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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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없는 한국… 요원한 ‘분연’국내에도 궐련형 전자담배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변화는 없다. 여전히 ‘금연’에 정책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흡연→분연→금연’으로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사회적 구조가 아닌 ‘흡연→금연’으로 강제하고 있다.흡연자들이 담배냄새를 피해 흡연 부스 밖에서 담배를 태우는 것도 문제다. 일반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흡연 구역이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담배로 거둬들이는 소비세가 간접흡연을 막기 위해 제대로 투자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담배소비세 징수액은 3조5851억원으로, 전년 3조6304억원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다만 전자담배의 담배소비세는 2022년 5254억원에서 2023년 6034억원으로 14.8% 늘었다.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수도 5056억원에서 5767억원으로 14% 늘었고, 액상형 전자담배의 소비세액도 198억원에서 269억원으로 35.9% 급증했다.이는 국내 전자담배 소비가 빠르게 증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량은 2017년 8000만갑에서 2023년 6억1000만갑으로 7.6배 늘어났고, 전자담배가 전체 담배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2.2%에서 2023년 16.9%로 확대됐다.반면 일반 담배 세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3조1046억원이었던 일반 담배 세수는 지난해 2조9811억원으로 줄었며 3조원대가 무너졌다.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이 높아짐에도 현재 국내에는 일본과 같은 구분된 흡연 구역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 연초 흡연자와 전자담배 흡연자를 구분하는 ‘분리형 흡연 부스’를 홍익대학교 공공디자인연구센터가 매뉴얼화 해 개발했지만 실제 적용은 요원하다.업계 관계자는 “일반 담배를 대체하기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 수요가 늘어난 만큼, 일반 담배와의 구분도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의 관심과 사회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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