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대우證) 매각자문에 삼정(KB금융)·안진(미래에셋證)·한영(한투證) 3파전
  • KDB대우증권 인수전에 국내 빅4 회계법인이 참여해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인수 후보군들이 치열한 눈치싸움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자문사간의 전략싸움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금융·미래에셋그룹(증권)·한국금융지주 등은 10일부터 자문단을 통해 회계실사에 돌입한다.

     

    이들은 대우증권의 재무제표를 확인할 수 있고, 추진 및 진행 중인 사업현황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적정 인수가를 확정해 최종적으로 금액을 제시하게 된다.


    여기에는 국내 4대 회계법인(매출기준)이 모두 나선다. 우선 국내 회계업계 1위인 삼일PwC는 크레디트스위스(CS)와 함께 매도자인 대우증권의 매각자문을 맡고 있다. 


    회계법윈 순위 2위인 딜로이트안진은 미래에셋증권의 회계자문을 맡고 있고, 딜로이트안진에 올해 매출에서 소폭 뒤져 3위를 기록 중인 삼정KPMG는 KB금융지주, 4위 EY한영은 한국금융지주의 회계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당초 4위 EY한영은 이번 인수전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한국금융지주는 삼정을 내정했기 때문이다. 이미 KB금융의 회계자문을 맡게 됐던 삼정도 KB금융과 한국금융지주 팀을 각각 다른 건물에 배치하고, 팀원 역시 내부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등 차이니즈 월(기업내 정보 교류 차단 장치)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주 한국금융지주는 회계 자문사를 삼정에서 한영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후보군들이 이번 대우증권 인수를 워낙 민감하고 의욕적으로 챙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KB금융 입장에서는 삼정과 먼저 회계자문 계약을 체결해 이를 발표했는데 한국금융지주가 같은 회사인 삼정을 내정하고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는 소식에 불편한 감정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회계업계 관계자는 "2곳 이상의 인수 후보들이 한 곳의 회계법인에 인수자문을 하는 일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을 뿐 아니고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KB금융 입장에서는 2년 전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두고 NH금융지주와 동일하게 삼정에 인수자문을 맡겼다가 NH금융에 우리투자증권을 넘겼던 전례가 있어 같은 아픔을 두번 겪을 수는 없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삼정 입장에서는 고객사인 KB금융에 두번의 아픔을 안길 수 없다는 부담감과 책임감을 안고 인수전에 참여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삼정과 반대로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지만 막판에 한국금융지주와 함께 인수전에 나서게 된 한영은 최근 삼성그룹의 잇따른 대형 인수합병(M&A)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삼성이 롯데그룹에 화학사업을 넘기는 과정에서 매도측의 회계실사 자문을 맡았고, 지난해 삼성과 한화그룹간 화학-방산 빅딜에서도 회계실사를 담당했다. 삼성그룹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우증권 인수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한영은 대우증권과 껄그러운 관계라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두 회사는 지난 2011년 중국고섬 상장으로 '중국고섬사태'를 불러온 상장 주관사와 회계감사사로 현재 이들은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법정다툼을 진행 중이다. 대우증권이 한영측의 중국고섬 회계부실 미인지를 들어 1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고, 한영이 이를 대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고섬과 관련한 양측의 소송전이 대우증권 매각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지만 업계가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며, 일각에서는 한영이 회계자문을 맡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이 삼정을 선정하기 이전까지 고민하던 회계법인이기도 한 딜로이트안진은 미래에셋증권의 자문사로 낙점된 이후 미래에셋증권의 요청에 따라 대우증권 인수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함구하고 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력히 보이고 있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의 자체 인력과 함께 인수전 승리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대우증권 매각자문을 맡고 있는 회계업계 1위인 삼일은 한영·안진·삼정 등에 비해 여유로운 상황이다. 다만 대우증권의 몸값을 최대한 높여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다. 물론 매각가가 높을 수록 삼일이 가져가는 수수료 역시 높아진다.


    현재 국내에서 글로벌 회계법인과 제휴한 국내 회계법인은 삼일을 비롯해 안진, 삼정, 한영 네곳이 전부다. 결국 글로벌 제휴사이자 국내 회계법인 빅4가 모두 대우증권 인수전에 출동한 것으로 국내 M&A 이슈에 매번 등장하는 이들은 증권업계의 빅딜을 두고 다시 한번 자존심 싸움을 펼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