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올해 기재부에 역대 최대 규모 8781억원 배당유동수 의원 "산은 실적, 이벤트성에 널뛰기… 건전성 휘청""과도한 정부배당 유보 필요…3년 유보 시 자본금 1.5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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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산업은행이 정부에 내는 배당금이 역대 최대를 넘어선 가운데 국회에서 산업은행의 정부 배당을 유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당국이 민간 은행들에게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배당을 자제하라고 하는 반면,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들은 민간 은행보다 자본력이 떨어지는데도 정부가 약탈적 배당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올해 정부배당금은 전년 대비 433.2% 급증한 8781억원이다. 이는 2023회계연도 실적에 따른 배당 결과다.

    산업은행의 두둑한 배당금으로 정부가 올해 출자기관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전년대비 8935억원(72.1%)증가한 2조1322억원을 기록했다. 산은의 배당금은 정부가 거둬들인 전체 배당금액의 41%나 된다. 

    배당성향을 놓고 봐도 지난해 산은은 35.43%로 금융지주 평균 27.12% 보다도 크게 높았다. 

    기재부는 국책은행 실적 개선에 따른 배당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산은의 수익 급증은 단타성‧이벤트성 손익변동에 따른 것으로 건전성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산은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2조4618억원에서 2022년 4650억원으로 급감했다가 2023년 2조5089억원으로 다시 2조원대로 뛰었다.

    지난해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대손충당금과 투자지분 손상차손 환입 약 1조4000억원, 2021년은 HMM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에 따른 처분 이익 약 1조8165억원 덕에 순이익이 급증한 영향이다. 

    이 같은 널뛰기 손익 변동은 산은의 건전성 등 수익성 지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산은은 정부로부터 한전지분 32.9%를 현물출자 받았는데, 이로 인해 한전이 1조원 넘는 적자 시 산은의 BIS 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0.06%포인트(p) 내려간다. 실제로 2022년 한전의 대규모 적자로 산은의 2023 1분기 BIS 비율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수준인 13%을 소폭 웃도는 13.11%까지 떨어진 바 있다.

    정부는 산은의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해 현물출자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12월(5650억원)과 2023년 3월(4350억원) 등 총 1조원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출자했다. 이 결과로 산은의 BIS 비율은 0.12%p(포인트), 0.10%p 상승했다. 현물출자는 현금출자와 달리 실제 현금이 유입되지 않고 회계상으로 자본이 보강되는 효과만 있다. 

    출자 방식으로 정부가 자금을 수혈해주고 있지만 정부의 과도한 배당요구로 국책은행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의 이벤트성 손익변동에 따라 BIS 비율이 널뛰기하는 동안 정부는 계속해서 (시장에서 사실상 거래가 힘든) 현물을 주고 현금을 받아 가는 기이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3년(2021~2023년)간 정부에 낸 배당금 1조8759억원을 유보했거나 배당성향을 낮췄다면 그만큼 현금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고 대출 여력도 높아졌을 것”이라며 “정부가 산업은행의 설립 목적인 금융산업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오히려 퇴색시키고 건전성 지표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역대급 세수 부족 상황에 세원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아 배당으로 일부 충당하려고 할 수는 있지만 산은의 통상적인 이익이 아닌 부분은 배당에서 제외한다거나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 역시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근본적인 재무체력을 갖추기 위해 일정기간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강 회장은 "산은이 독일의 정책금융기관인 KfW처럼 정부에 배당을 하지 않고 순이익을 내부에 유보하게 된다면 현금증자와 동일한 효과를 내면서 장기적으로 매년 3조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면서 "3년 정도 배당을 유보하면 약 1조5000억원 자본금이 늘어 15조원의 대출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국회 차원에서 지적이 일자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나서 배당 유보에 대해 기재부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배당 유보와 관련해선 기재부 중심의 배당협의체에서 결정된다"며 ”금융위와 함께 정부에 대한 배당 유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