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스-에너빌리티 합병 비율 1대0.04로 “에너빌리티 100주 보유시 39만원 증가”사업 재편 후 성장 가속화… 1조 투자여력
  • ▲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가영 기자
    ▲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발표하고 있는 모습.ⓒ이가영 기자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다시 추진한다. 

    다만 시장과 금융당국의 우려를 감안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변경하고,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하기로 했다.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비율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 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향후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합병 비율을 기존 1대 0.031에서 1대 0.043으로 상향했다. 이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에너빌리티 주식 88.5주(기존 75.3주)와 로보틱스 주식 4.33주(기존 3.15주)를 받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게 되는 게 핵심이다. 

    비율 변경 전과 비교하면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이 돌아가게 되는 것으로, 보유하게 되는 주식가치는 7월 11일(이사회) 종가 기준으로 단순 환산할 경우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하게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시장 관례에 따라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또한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두산밥캣을 자산으로 보유)-두산로보틱스 간 합병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두산에 따르면 경영권 프리미엄은 회계법인 4곳을 통해 산정된 수치다. 

    박 사장은 지배구조 재편을 통해 확보한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으로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한다는 구상이다. 

    대형원전의 경우 체코 2기(후속 2기 가능성), UAE 2~4기, 폴란드 또는 사우디 2기,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2기 등 총 10기의 수주 가능성을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분야에선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수립하고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는데, 두산밥캣을 통해 얻는 기존의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면서 “2028년 기준 2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부사장과 스캇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시너지와 경쟁력 제고 등 긍정적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500개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편입하게 되면 현재 두산로보틱스 매출 70%를 차지하는 북미·유럽 선진시장에서 존재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을 결합하는 ‘지게차-팔레타이저 솔루션’ 등 즉시 실현가능한 시너지를 포함해 향후 지속적인 기술협력과 영업망 확대 등으로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캇 박 부회장도 “두산밥캣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두산로보틱스의 모션자동화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능력 등을 접목해 무인화, 자동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회사-자회사가 되는 쪽으로 재편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여력을 위해 유상증자 등 다른 방안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두산그룹은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향후 신용등급 상향이라는 장기 목적에도 부합할 수 있는 이번 재편안이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한 재원 확보 방안이라 판단했다”며 “추가 차입을 하게 되면 전체 차입금 증가와 이자비용 증가로 재무건전성이 나빠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 두산그룹은 “유상증자는 유통주식 물량이 증가함으로써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방안에서 제외했다”며 “두산밥캣 매각 방안은 고려 사안이 아니며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재산정된 밥캣 가치에 해당하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보유하게 되며, 이 로보틱스 주식은 언제든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으므로, 매각 대금이 회사로 귀속되는 밥캣 매각 방안보다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된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밥캣 배당금을 잃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배당수익은 영업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호가보하게 되는 재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하면 현재의 배당수익보다 훨씬 더 높은 투자수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조기투자를 통한 성장가속화로 2028년 기준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 ▲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그룹 3사 최고경영진이 질의응답하고 있다.ⓒ이가영 기자
    ▲ 2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산그룹 3사 최고경영진이 질의응답하고 있다.ⓒ이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