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폐기 임박, 19대 국회 통과 사실상 불가능
  • ▲ 삼성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고대하던 '중간금융지주법' 국회 통과가 물건너갔다. ⓒ뉴데일리 DB
    ▲ 삼성과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이 또다시 벽에 부딪쳤다. 고대하던 '중간금융지주법' 국회 통과가 물건너갔다. ⓒ뉴데일리 DB

     

    국내 지주회사는 140개에 달한다. 지난해 보다 8개 늘었다.

     

    이중 자산규모 5조원 이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는 30개다. 전체 대기업 집단 61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관련 제도를 도입한 게 1999년, 16년이 지난 걸 감안하면 '게걸음' 수준이다.

    국내 1, 2위 기업집단인 삼성과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1개 중 27개가 아직도 지주회사 전환을 못하고 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금융회사 지분을 없애거나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지만 대부분 집단이 여기서부터 발목이 잡힌다.

    몸이 단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 '중간금융지주법'을 추진하고 있다. 지주회사 밑에 또다른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주식보유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여당도 관련 법안 속도를 내고자 지난 2102년 이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 ▲ 공정위는 지배구조체제 개선을 위해 '중간금융지주' 도입을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올해도 무위에 그치게 됐다ⓒ뉴데일리 DB
    ▲ 공정위는 지배구조체제 개선을 위해 '중간금융지주' 도입을 위해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올해도 무위에 그치게 됐다ⓒ뉴데일리 DB


    하지만 벌써 4년째 제자리다. 정부는 삼성이나 현대자동차 등 금융회사가 많은 대기업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토록해, 금융지주회사법상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다는 생각이지만 야당은 펄쩍 뛴다. 이럴 경우 대기업들의 경제력이 집중이 더 가속화되니 "특혜일 뿐"이라며 완강하다.

    그렇게 관련 법안은 국회 캐비닛에 들어갔고 기대를 모았던 올해도 법안 통과는 물건너 갔다.

    지난 8월 이른바 '롯데사태'가 불거질 당시만 해도 이번에는 하는 기대감이 높았다. 야당이 앞장서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문제를 지적했고 정체상태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거론됐다. 때마침 롯데도 적극적으로 순환출자해소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연내 통과의 '므훗'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지난주 예산안을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할 때만해도 이 법안을 살아있었다. '대리점법'과의 바터 얘기까지 오가니 의심의 여지도 적었다.

     

  • ▲ 지주회사 도입 16년이 지났지만 상위 대기업 집단의 전환은 지지부진한 상태다ⓒ자료=공정위
    ▲ 지주회사 도입 16년이 지났지만 상위 대기업 집단의 전환은 지지부진한 상태다ⓒ자료=공정위


    돌변한 건 역시 야당이었다. 대리점법을 처리해주면 현재 계류중인 다른 법안도 처리를 해주겠다던 야당 정무위원들은 대리점법은 다른 상임위 소관의 관광법과의 딜이니 당초 약속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기업구조를 전환시키는 금산분리, 중간지주법 등의 법안은 온데간데가 없다.

    이대로라면 또 캐비닛으로 들어갈 처지다. 9일이면 정기국회가 끝나고 곧바로 열릴 임시회에서 논의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해를 넘기고 내년 총선일정을 감안하면 아예 19대 국회도 건너뛸 우려를 낳고 있다.이제나 저제나 법안 통과를 기다리던 공정위나 기업들은 낭패감이 역력하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법안 통과가 계속 지체되면서 현재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삼성, 현대, 롯데 등의 대기업 집단들이 일반지주회사 전환을 기피하고 오히려 중소업체 위주의 지주회사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지난해 7월부터 적은 지분으로 많은 기업들을 지배하는 순환출자가 금지되면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불가피하지만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가 골치다.

    현행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SK그룹의 경우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SK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LG그룹 역시 200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LG증권과 LG카드 등 모든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다.

    다수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 동부 등은 알짜 금융사 매각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이를 해소하거나 금융사만 체제 밖에 둬야 하는데 비용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 ▲ 롯데는적극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 3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뉴데일리 DB
    ▲ 롯데는적극적으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서고 있지만 금융 3사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뉴데일리 DB

     

    가령, 삼성은 물산을 정점으로 생명을 중간지주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17조 규모의 전자 지분 처분 문제도 숙제지만 1단계 중간지주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생명의 분할 문제나 카드 매각설이 불거지는 이유다.

    400여개의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선 롯데도 금융계열사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다. 지주회사가 될 호텔롯데가 롯데손해보험(26.58%), 롯데캐피탈(26.60%), 롯데카드(1.24%) 지분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일본롯데에 매각할 경우 국적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보니 더더욱 선택이 어렵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현대카드와 캐피탈의 2대주주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현대카드 보유지분(43%)과 현대캐피탈 보유지분(43%)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금융계열사 재편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GE캐피탈의 요청도 요청이지만 중간금융지주회사법이 문제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삼성과 한화, 동부, 미래에셋 등 금융지주회사가 아니면서 복수의 계열사를 가진 금융그룹에 대한 통합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 사각지대에 있던 재벌 금융회사들에 대해 통합관리에 나선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의 불편이다.

    쫓더라도 나름의 퇴로는 열어줘야 하는데 중간금융지주회사법도 통과시키지 않고 무작정 몰아붙이기만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항변이는 이유다. 졸지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대기업집단의 금융계열사들의 앞날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