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은 한계기업 쏟아져도 구조조정 못해… 野 "삼성 특혜 주장"에 골든타임 놓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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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 뉴시스
    ▲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 뉴시스

     

    미국이 제로금리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9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는 게 확실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경제전문가 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5%는 "미국 정부가 금리를 올릴 것"이라 답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15~16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시간으로 17일 오전 4시께 회의 결과가 발표된다.

    우리 정부 역시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정은 미국의 금리가 1% 오를 때 국내 기준 금리는 2.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1%대의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를 경우 빚이 많은 한계기업의 부담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 조선·철강,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힘 빠진다

    수출 부진, 중국 경기 침체 등에 따른 한계기업 비중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조선, 철강, 석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깊다.

    대우조선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4조3000억원대의 적자를 냈다. 협력업체, 납품 기업의 적자 폭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자회사, 서울 신문로 건물, 보유 주식 등을 정리했고 인적 쇄신 작업도 혹독하게 진행 중이다. 임원 30%를 감원했고 희망퇴직, 권고사직을 받아 부장급 이상의 고직급자 1300명 중 300명을 내보냈다.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대중공업은 전 계열사 긴축 경영을 선언했고, 삼성중공업은 비핵심 자산 매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국제 유가 급락으로 직격탄을 맞은 해운업계 역시 심각한 위기 국면에 놓여 있다. 국내 해운업계 1,2위를 차지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끊임없는 합병설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해운과 팬오션 등은 기업회생 절차 끝에 각각 주인이 SM그룹과 하림그룹으로 바뀌었다.

    현대상선의 부채총액은 5조5000억원에 이른다. LNG운송부분, 현대로지스틱스를 비롯해 각종 보유 지분을 정리하며 자발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업계에서는 "기업이 할 수 있는 노력은 거의 다 했다"면서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한계기업 막자, 정부 원샷법 추진하지만….

    대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확산되면서 우리 산업·경제를 재편해야 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산업계의 구조조정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기업끼리 서로 필요한 사업을 주고 받고,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기업 간의 논의 만으론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마련했다. 원샷법은 기업 인수합병(M&A)과 같은 사업 재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 특례를 최대 5년간 한시적으로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철강협회와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13개 단체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원샷법의 처리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2일 여야는 "정기국회 내에 합의처리 한다"고 약속했지만, 본회의 상정을 위한 논의는 공전만 계속됐다.

    현재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의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다음 달 8일까지인 임시국회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 ▲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 뉴시스


    ◇ '원샷법' 4중 안전장치에도 반대하는 野

    새정치연합이 이 법안을 반대하는 내용은 간단하다. 특정기업, 삼성그룹에 특혜를 안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영권 승계나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에 쓰일 수 있다며 법 적용 대상에서 대기업을 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이 원샷법 적용 대상이 되려면 그룹 내 공급과잉이 있어야 하는데, 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와 새누리당의 설명이다.

    또 지배구조 및 상속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4중 장치를 마련해 현재 한계기업에 몰린 기업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적용 △민관합동 심의위 운영 △사업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 연결 땐 거부 가능 △불법행위 적발 땐 승인 취소 등을 포함시켰다.

    적용대상에서 대기업을 뺄 수 없는 이유는 조선과 철강 등이 대기업이 운영하는 업종이라 실제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이기 때문에 사업 재편의 대상인 대기업을 빼면 법 제정의 의미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청와대도 이러한 상황을 매우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한 대로 기업활력제고법 등을 조속하게 처리해주길 기대한다"면서 "매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경총 "주요기업 절반이상, 내년도 긴축경영 한다"

    문제는 원샷법 통과가 지연될 수록 우리 산업이 한계기업들에 대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늦어진다는 데 있다.

    당장 주력 사업인 철강, 해운 산업의 과잉 공급에 따른 구조적 불황이 계속되고 한계기업이 확산, 경제위기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

    기업들은 내년도 경영 방향을 일찌감치 '긴축경영'으로 잡았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에 따르면 주요기업 10곳 중 5곳 이상이 내년도 '긴축경영'을 하겠다고 답했다.

    경총이 235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2016년 경제전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2.3%는 "내년에 긴축경영할 것"이라 했다. 각 사 대표 중 "확대 경영을 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7.4%에 그쳤다.

    새해 경영 방향으로 '긴축경영'을 택한 대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원샷법 등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조선, 해운 분야의 한계기업은 물론 국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