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한 지 수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희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지만 이를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아직 역부족하다는 평가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더이상의 성장이 힘들다는 판단 하에 해외사업을 지속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여전히 미미한 탓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올해 들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09년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7년여 만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올 상반기가 될 지 하반기가 될 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제껏 설비투자하고 구축해 온 베트남법인의 전국 영업망 등을 감안하면 올해 흑자전환은 무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생명은 최근 진행한 새해 경영전략 회의를 통해서도 올해 흑자전환, 오는 2020년까지 현지 보험사 'Top5'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베트남법인의 전국 영업망 구축 완료 및 효율 향상 등을 추진키로 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5년 중국 보험시장에 진출한 삼성생명도 조만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의 중국법인인 중은삼성인수보험 유한공사(舊 중항삼성인수보험 유한공사)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는 17억75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는 3억82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바 있다.

    이처럼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진출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긴 하지만 여전히 성장동력으로 삼기에는 역부족하다는 평가다. 해외 보험시장의 문을 두드린지 1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이제껏 적자경영을 지속했기 때문이다. 투자 대비 성과가 미진해 보험사들이 해외사업을 본격적인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향후에도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보업계 1위사인 삼성생명은 해외영업을 시작한 1996~2014년까지 869억99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한화생명도 2005~2014년까지 680억3300만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흑자 상태긴 하지만, 1996~2014년까지 17억8300만원에 불과한 영업이익을 올렸다.

    손보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해외에 진출한 손보사들의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2012년 1757만7000달러에서 2013년 653만2000달러로 감소했으며, 2014년에는 3513만6000달러(약385억원)의 손실액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해외사업을 진행 중인 한 보험사 관계자는 "원래 보험 해외사업은 지점설립 및 설계사 고용 등 현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며 "또 이에 따른 가시적인 수익성과를 보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보험사들이 해외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로 일률적인 영업방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산업은 과거부터 양적 성장에 치중한 경영전략을 펼쳐왔는데 일명 푸쉬영업, 밀어부치기식 영업 방식을 해외 현지에서도 그대로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지에서 경쟁하는 외국계 보험사들과 유사한 조건임에도 유독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사업 경영성과가 미미한 것은 10년 이상 해외사업을 수행했어도 핵심역량 부재와 비용관리 역량이 미흡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사업은 국내시장에서의 사업전략을 현지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현지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소극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