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많이 알려졌지만 니즈 없어""기업고객, 저녁엔 퇴근하고 없어… 딜러들, 의욕 떨어져""추가 규제완화로 거래량 개선… 韓 자본시장 매력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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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제공.
    외환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한국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된 지 3개월이 지났다.

    국내 은행들은 연장된 개장시간에 대응해 1~4명씩 야간 인력을 배치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거래량 탓에 딜링룸 인력들의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다. 

    외환시장 선진화를 꾸준히 추진하기 위해선 추가적인 규제완화로 거래량을 늘리면서 궁극적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펀더멘털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이 정식 시행됨에 따라 각 은행의 딜링룸에서는 1명의 야간 전담 인력이 자리를 지키거나 2~4명이 돌아가면서 야간근무를 하고 있지만 거래량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홍보는 많이 됐었는데 외국에서 원화에 대한 니즈가 없다 보니 거래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해외수요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의 참여도 저조한 상황이다. 

    한 은행 딜링룸 관계자는 “기업고객 대상으로 야간에 어떻게 할지 전화하면 다 퇴근하고 아무도 안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딜러들도 초창기에는 의욕적으로 했다가 지금은 사기가 많이 떨어지긴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야간 거래를 하려면 국내기업들은 시간외 근무가 생긴다”면서 “주 52시간 이슈도 있기 때문에 굳이 늦게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일단 시작을 한 만큼 쉽게 인력을 줄일 수도 없다”면서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외환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언제 또 활성화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야간 인력 축소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에는 거래시간 연장과 함께 외국금융기관(RFI)이 국내 외환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국내 외환시장은 한국 시간으로 오후 3시반에 마감되고 국내 금융기관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 지나치게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외환시장 개방은 외국인들에 대한 원화 장벽을 낮춰 궁국적으로 해외자본이 국내 주식이나 채권으로 흘러들어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외환시장 참여자들은 RFI의 시장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RFI에 경상거래 업무를 허용해 주면 일단 야간 거래량을 늘리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이번 외환시장 개방의 취지가 해외자본 유치인 만큼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거래에 대해서만 RFI의 업무를 허용했다.

    RFI 업무에 수출입 등 경상거래가 포함되면 현지 기업 등을 통해 야간 시간대 거래량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거래량 해소에 일시적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딜링룸 관계자는 “국내 자본시장의 펀더멘털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제도만 오픈한 것”이라면서 “제도 변화만으로도 한 발짝 나아간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할 곳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