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서울시, '윈윈전략' 물밑 조율… 그린벨트 추가 해제 논의도공청회 불발로 지구 지정은 아직 안갯속… 국토부 "주민과 갈등 없이 추진할 것"
  • ▲ 공사가 진행 중인 수서발 KTX 출발역사 모습.ⓒ연합뉴스
    ▲ 공사가 진행 중인 수서발 KTX 출발역사 모습.ⓒ연합뉴스

    그동안 KTX 수서역세권 개발방식을 두고 견해차를 보였던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절충점을 찾아가는 양상이다.

    양측 실무선에서는 우선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마쳐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뒤 서울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개발추진 방향을 지구 내 사업구역별로 접목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고 있다. 특히 국토부는 서울시가 지구 지정에 힘을 보탤 경우 추후에 수서차량기지가 있는 그린벨트 22만㎡를 추가로 해제하는 데 협력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아직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오리무중 상태다. 주민 반대로 공청회 개최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어 지구 지정이 요원하다. 국토교통부로선 '갈등 없는' 행복주택 추진을 천명한 처지여서 사업추진과 관련해 자승자박에 빠진 모양새다.

    ◇주민 반대로 설 이전 공청회 개최 오리무중… 주민 숙원사업 조율이 관건

    8일 서울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수서역세권 개발사업과 관련해 주민공람을 마친 뒤 지난해 말까지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해 공람 절차를 밟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상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위한 사전절차는 모두 거친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구 지정을 위해 남은 절차는 주민 공청회뿐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주민 반대로 공청회 개최 시점을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부는 애초 지난해 10월30일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주민이 이렇게 강하게 반대할 줄 몰랐다"며 "주민들과 소통이 더 필요한 상태여서 언제쯤 공청회를 열겠다고 확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설 명절 이전에 공청회가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청회 개최를 반대하는 주민의 요구사항을 해결하는 게 녹록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수서역세권 개발에 따른 교통 인프라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KTX 수서역에 대규모 업무·상업시설이 들어서면 교통난 심화가 예상된다며 경전철 위례신사선(위례신도시~신사) 연장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곡동 보금자리 기반시설 확충의 하나로 중학교 신설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런 요구사항이 역세권개발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며 협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서역세권 개발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진행되므로 국토부는 역세권 복합개발을 위한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다.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친 데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도 중앙정부가 가진 해제 총량에서 풀 수 있다.

    다만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환경부 등과 협의하려면 주민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열어야 한다. 공청회는 주민 30인 이상이 요구하면 열게 돼 있다.

    국토부는 행복주택 사업을 갈등 없이 추진하겠다며 주민 요구에 앞서 자발적으로 공청회 개최를 공고한 상태다. 공청회를 생략한 채 지구 지정을 진행할 수 없는 이유다.

  • ▲ KTX 수서역세권 개발구상안.ⓒ국토부
    ▲ KTX 수서역세권 개발구상안.ⓒ국토부

    ◇서울시와 갈등 봉합 기대… 지구 지정 후 구역별로 사업내용 보완 유력

    그나마 그동안 개발방식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서울시와 물밑에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서울시는 KTX 수서역과 인접한 지역만 먼저 개발하고 나머지 지역은 장기 계획을 세워 개발해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시는 수서역세권은 물론 동쪽의 수서차량기지(20만6000㎡), 문정지구와 동남권유통단지, 가락시장 등 수서·문정지역 일대 340만㎡를 아우르는 종합관리방안을 마련하고자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용역결과는 애초 지난해 말 나올 예정이었지만, 오는 4월 말로 늦춰진 상태다.

    시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국토부가 지구 지정을 강행하면 행정 절차상 이를 막을 순 없다"며 "이는 지구계획수립 단계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바람직한 개발을 위해 지속해서 협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시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갈등 없는 행복주택 추진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지구계획이 수립돼도 이후 건축 인허가 권한을 쥔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없이는 정상적인 사업추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개발방식과 관련해 조만간 서울시와 절충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도 큰 틀에서는 수서역세권 개발에 공감하는 만큼 서로 한 발씩 양보해 갈등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것이다.

    현재 물밑에서 논의되는 절충안은 공공주택지구는 애초 국토부가 구상했던 대로 수서역 일대 38만㎡를 지정하고 나중에 서울시 연구용역(마스터플랜) 결과가 나오면 그 내용을 지구 내 각 사업구역에 반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구 내 업무·상업구역에 서울시가 고려하는 물류, 연구·개발(R&D) 관련 시설을 접목하는 식이다. 국토부는 행복주택이 들어설 주거생활구역에도 서울시가 원하는 사업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복주택 규모 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부는 장기적으로는 서울시가 그리는 큰 틀의 지역개발 청사진과 관련해 필요하다면 수서차량기지가 있는 그린벨트 22만㎡를 추가로 푸는 것에 대해 협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울시와 견해차를 좁혀가는 작업이 될 듯하다"며 "갈등 없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주민과의 협의도 지속하는 만큼 조만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귀띔했다.

    국토부는 수서~평택 간 수도권 고속철도 출발역인 서울 수서역 일대 38만㎡를 환승센터를 비롯해 공공주택과 업무·상업시설 복합지구로 일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해왔다. 주거생활구역에는 행복주택 1900가구와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국토부는 지구 지정에 이어 지구계획이 수립되면 올해 안에 토지보상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