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권 회장 동향·동문 이사, 돌연 직무대행 유임 결정 해수부, 법 개정 등 이유로 직무대행 주문… 뒷북 대응 지적도
  • ▲ 취임사하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 취임사하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연합뉴스

    지도부 일괄 사퇴로 내홍이 표출된 수협중앙회가 1명의 상임이사를 잔류시키며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는 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퇴 번복' 해프닝이 벌어져 김임권 회장의 편 가르기 인사 논란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가 경영 공백 사태는 모면하라는 언질을 주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그동안 해수부가 내막을 알고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수수방관하다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수협에 따르면 이날 김영태 지도경제대표이사를 비롯해 상임이사 2명이 동반 사퇴했다. 남은 임기보다 2~5개월쯤 조기 퇴진한 셈이다. 이들은 지난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일괄 사퇴의사를 밝혔다.

    임원진 동반 사퇴로 우려됐던 경영 공백은 A 상임이사 1명을 남겨 모면했다. 개정된 수협법은 각 사업 업무에 관해 회장 대신 사업전담 대표이사가 중앙회를 대표하도록 하고 있다. 회장은 사업업무와 관련해 집행권한이 없다. 대표이사 직무대행도 이사만 할 수 있어서 임원진 일괄 사태는 곧 경영 공백을 의미한다.

    다행히 수협은 A 상임이사가 잔류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서 초유의 경영 공백 사태는 피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퇴 번복이라는 촌극이 벌어졌다.

    상임이사들은 지난 이사회에서 20일 그만두겠다며 사직서를 낸 김 대표이사와 동반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상임이사 3명은 이날 돌아가며 사직 인사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진 동반 사퇴는 사실상 김 회장의 사퇴 압박에 따른 집단 반발로 해석됐다. 수협 내부에서는 김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전임 회장 측 인사인 상임이사들에게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 회장이 각종 사업과 관련해 김 대표이사나 상임이사를 배제한 채 부장급 간부에게 직접 업무보고를 받고 지시하는 등 임원진을 사실상 허수아비 취급했다는 것이다. 측근을 기용하려고 김 회장이 직장 내 '왕따'를 주도했다는 얘기다.

    문제는 A 상임이사가 사퇴를 번복하는 과정에서도 김 회장의 편 가르기 인사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수협 내부에서는 동반 사퇴키로 한 상임이사 중 A 이사가 직무대행으로 낙점된 이유가 그나마 김 회장과 학연, 지연에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과 A 이사는 동향에 출신 대학도 같다.

    익명을 요구한 수협 한 관계자는 "김 회장과 A 이사는 고향, 대학이 같고 다른 이사들은 다르다"며 "무슨 기준으로 A 이사가 직무대행이 됐는지, 유임 기간은 언제까지인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수협 조직 인사가 김 회장 입맛대로 짬짜미 밀실인사로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퇴 번복 해프닝 배경에는 해수부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법으로 분리한 업무집행권까지 장악한 김 회장은 이참에 경영 공백을 감수하고라도 전임 회장 측 인사들을 전면 물갈이하고 싶었지만, 해수부가 경영 공백은 피하라고 언질을 줬다는 것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의견을 낸 적은 없다"며 "다만 실무선에서 수협 조직개편과 국회 업무협조를 앞두고 임원진이 일시에 나가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는 전했다"고 말했다.

    수협 일각에서는 감독권을 쥔 해수부가 내홍의 속사정을 잘 알면서도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해 갈등을 키웠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해부터 수협 안팎에서 내부 감사권 남용 등 인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수협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상임이사가 이사회에서 임원 사퇴를 위해 감사권이 남용된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해수부에도 구두로 감사를 청구했던 것으로 안다"며 "해수부는 서면으로 공식 접수하라는 태도였고 실제 서면 접수가 시도됐지만, 후배 직원들이 만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수협법에는 감사를 청구할 때는 조합원(회원) 동의를 얻어 서면으로 신청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뚜렷한 문제가 있거나 소가 제기된다면 감독권한을 행사하겠지만, 자칫 수협 인사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