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금리RP 우선권 부여하고 해외여행·자동차 경품까지고객에게 중요한 수수료 항목은 미공개된 채 유치에만 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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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시행 예정인 ISA(Individual Saving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놓고 금융권이 고가의 상품까지 내걸며 고객유치에 혈안이다.

    그러나 ISA에 대한 신탁수수료, 운용보수 수수료 등 고객들에게 중요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은 채 선착순이라는 문구로 사전예약 가입에만 몰입하고 있어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지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시장선점 위해 고가 자동차까지 등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29일까지 ISA 사전예약 가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벤트는 10만원 이상 불입 및 자동이체를 등록해 ISA를 가입한 고객에 대해 추첨을 통해 최대 4명까지 하와이 여행상품권을 준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ISA 우대 정기예금’까지 내놓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1.6%이지만 2월 29일까지 ISA 가입 예약을 하면 0.2%포인트, ISA에 100만원 이상 가입하면 0.3%포인트 등 최대 연 0.5%포인트까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 역시 오는 15일부터 인터넷뱅킹 또는 영업점에서 ISA 사전가입안내 동의서를 작성하면 경품에 응모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진행한다.

    이벤트 대상은 ISA에 가입 및 10만원 이상 자동이체를 등록한 고객이며, 이 가운데 추첨을 통해 현대차 아반떼 1명, LG트롬 스타일러 2명, LG로봇청소기 4명, 신세계 모바일 백화점 상품권 5만원권 20명으로 총 27명에게 제공한다.

    이 같은 ISA 사전가입 이벤트는 증권가도 활발하다.

    NH투자증권은 ISA 상담을 한 사람 중 선착순 2000명에게 수익률 연 3.5%인 만기 91일짜리 특판 RP(환매조건부채권)에 가입할 수 있는 우선권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대우증권도 3월까지 ISA에 1000만원 이상 가입하면 수익률 연 3.5%인 RP에 대한 가입 우선권을 부여한다.

    현대증권은 ISA 상담 예약만으로도 커피 기프티콘 등 사은품을 제공하며 가입할 시 백화점상품권을 지급한다.

    미래에셋증권도 ISA 관련 퀴즈를 푼 200명에게 커피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를 2월 14일까지 진행한다.

    ◆정작 중요한 수수료, 운용 전략은 부재

    은행, 증권사들이 ISA 가입을 놓고 판촉비용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1인 1계좌’로 가입제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즉, 시장선점을 위해선 수 천만원에 달하는 경품을 내걸어야 고객들에게 조금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에게 중요한 상품 운용전략, 수수료 부과 방식 등은 공개하지 않은 채 사전예약을 받고 있어 향후 고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ISA는 상품이 아닌 서비스다. 즉, ISA란 바구니에 어떤 상품을 담느냐가 수익률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상품 운용에 따른 수익에 있어서 비과세 부문만 부각됐지만 연 2000만원 가입한도에 2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단순 계산상 10% 이상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현재 편입 가능한 상품이 예금, 펀드, ELS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연 10% 이상 달성할 수 있는 상품은 현재 금융시장 분위기로선 전무하다.

    결국 ISA 전용 금융상품 개발에 착수해야 하는데 금융권에선 이 같은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몇몇 ISA 담당 실무자에게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자 정작 운용전략으로 나온 대답이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에겐 ELS를, 안정형 성향을 가진 고객에겐 예금 비중을 높여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는 게 전부다.

    업계 관계자는 “현 금융시장에서도 알다시피 ELS는 원금조차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고 예금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자고 매년 2000만원을 5년 동안 묶어두는 것도 올바른 재테크 방법인 지 의문”이라며 “국민 재산을 늘려주자는 취지는 좋으나 운용 전략, ISA에 편입될 금융상품에 대한 수수료 부과 방식 등 국민들에게 알려줘야 할 정보는 아직도 답이 나온 게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