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투입 '데이터 현대카드' 9년의 결실까다로운 日 시장 공략 성공… 최대 규모 단일 소프트웨어 수출 계약카드사 새 먹거리 선제 발굴… 선구안과 뚝심이 빚어낸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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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의 데이터 플랫폼은 궤도에 올랐다. 현대카드는 데이터 플랫폼을 판매하는, 데이터 설계에 강한 '테크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지난 5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단언했을 때 기자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디자인에 탁월한 카드사, 문화공연에 진심인 카드사, 애플페이를 국내에 들여온 카드사…… 현대카드를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그러나 기본은 카드사였다. 그런 현대카드를 테크 기업으로 전환시키겠다는 포부는 5개월 후 사실이 됐다.5일 현대카드는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2024 현대카드 테크 토크(Tech Talk)'를 열고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대중에 처음으로 공개한다.◇유니버스 쏘아올린 현대카드… 테크기업 궤도에 오르다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지난 2015년 '디지털 현대카드'를 천명한 후 9년 여의 시간이 흘렀다. 현대카드는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반 고객 초개인화 AI 플랫폼 유니버스를 지난달 일본 굴지의 신용카드사에 수출하는데 성공했다. 계약 규모만 수백억원대에 달한다. 국내 단일 소프트웨어 계약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유니버스의 핵심은 초개인화다. 유니버스는 '태그(Tag)'로 데이터를 정의하고 구조화해 개인의 행동·성향·상태를 예측한다.데이터를 분류하고 통계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개인의 미래 행동을 예측한다는 점에서 적극적 타깃팅이 가능하다는 게 유니버스의 경쟁력이다. 결제 패턴 영역 뿐 아니라 전 비즈니스에 걸쳐 적용할 수 있다는 범용성도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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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의 정밀 검증을 통해 일본 스미모토미쓰이카드(SMCC)는 유니버스의 세밀한 타기팅 능력과 범용성을 높이 산 것으로 전해졌다.일본 빅3 신용카드사인 SMCC는 3600만명의 회원과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SMCC는 일본 내에서 데이터 혁신을 이끄는 금융사이기도 하다. 금융 슈퍼앱 '올리브(Olive)', 데이터 분석 지원 서비스 '커스텔라(Custella)'도 운영중이다.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SMCC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일본 현지에서 파일럿 테스트와 더불어 한일을 오가며 현대카드와 수십차례 미팅을 통해 유니버스의 도입 여부를 까다롭게 저울질했다. 이 과정에서 SMCC 임원진은 이 AI 플랫폼의 전사적 활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SMCC는 유니버스를 도입해 카드 회원의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한 경험 가치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 상담, 여신 업무, 부정사용 감지에도 유니버스를 활용할 계획이다.◇초개인화 정밀 타깃팅… 해외 유수 금융사 협업 문의 쇄도이 계약이 마중물이 돼 현대카드의 데이터 플랫폼 수출 물꼬가 본격적으로 트였다. 현대카드는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등 각국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협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유수의 금융사들이 유니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최근 정태영 부회장은 유니버스 중동 지역 세일즈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출장길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중동을 방문한 사진을 공유하며 "사업진출을 염두에 두고 온 것은 처음"이라며 "중동국가들의 금융과 기술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 현대카드의 미래에 무척 적합한 시장"이라고 언급했다.그의 예언처럼 현대카드는 테크 기업으로서 비즈니스의 우주에서 궤도에 올랐다. 그러기 위해 그는 2015년 AI와 빅데이터 분야에 선제적으로 발을 들여 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카드사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판매수입이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일찌감치 새 먹거리에 사활을 걸었고 뚝심 있게 진두지휘한 데이터 사이언스 사업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