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시중은행 잔금대출 참여 '포기' 고려가계대출 관리 '발등에 불'… 1.2만가구 수요 부담대출유치 경쟁 실종… 잔금대출 금리 높아질 듯
  • ▲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전경. ⓒ뉴데일리 DB.
    ▲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전경. ⓒ뉴데일리 DB.
    시중은행들이 수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의 잔금대출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란 이름에 걸맞게 1만200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인 만큼 은행 입장에서 좋은 수익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오히려 너무 큰 규모 탓에 가계대출 관리에 악영향을 받을까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 중도금대출 참여 은행도 잔금대출 발 뺄지 고민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잔금대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A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점에서 조합 회의에 계속 참여하고 있지만 잔금대출 참여를 100% 확정한 것은 아니다”면서 “금리 수준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둔촌주공 잔금대출 참여는 아직까지 미정”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잔금대출을 고민하고 있는 시중은행에는 이 단지 중도금대출에 참여했던 곳도 포함됐다.

    잔금대출은 시행사나 조합과 협약을 맺은 은행이 신규분양 단지 입주 예정자에게 별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주는 대출을 말한다. 

    통상 조합 등 사업자는 경쟁입찰을 붙여 은행들이 제시하는 금리 수준을 보고 2~3곳을 선정하게 된다. 시중은행의 경우 잔금대출 금리를 제공하지 않거나 높은 금리를 제시해 협력은행으로 선정되지 못하면 사실상 해당단지 대출유치를 포기해야 한다.

    입주자가 개별적으로 원하는 은행에 일반대출 신청을 할 순 있지만, 새 아파트는 등기 전 후취담보로 미리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본점에서 특별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금리 수준도 유리하지 않아 사례가 거의 없다. 

    ◇ 연말까지 가계대출 억제 총력전… ‘대단지’라 더 부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이 불참까지 고려하는 이유는 이미 경영계획 대비 초과해 버린 가계대출 실적을 다시 목표치에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연초 제출한 계획 대비 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들은 내년 대출 한도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월 9조6000억원에 달했던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폭이 지난달 1조원대로 축소됐음에도 시중은행들이 추가적인 대출 규제를 내놓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잔금대출 쏠림현상이 발생할 경우 개별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가 완전히 엉클어질 수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12월 말까지 총량관리에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둔촌주공은 워낙 세대가 많아 오히려 잔금대출 참여가 고민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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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 시중은행 금리경쟁 실종… 입주민 이자부담↑

    일부 은행들의 불참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잔금대출 금리가 기대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출유치 경쟁이 차갑게 식어버림에 따라 참여를 결정한 은행들도 굳이 낮은 금리를 제시할 유인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 은행 수가 늘어나더라도 쏠림현상을 우려해 낮은 금리가 제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종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몇 개 은행이 들어올지 알 수 없지만 금리를 무리하게 낮춰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입주자들 사이에선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새롭게 시작되는 내년으로 입주 날짜를 늦추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전반적인 대출 여건이 내년 초 대폭 완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은행 재무담당 임원은 “가계대출 규모가 내년 기업대출 성장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철저하게 수익성을 보고 자원배분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기간은 오는 2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