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투-농협증권, 안전하고 빈틈없이 결합 중합병 첫해 리더십 바탕 화학적 하나되기 전념…호실적 시현남은 임기, '체질개선·덩칫값·통합완성' 최대 과제로
  • 통합출범 2년차를 시작한 NH투자증권의 김원규호가 순항 중이다. 당장 빠른 속도의 통합 시너지 효과를 논하기는 이르지만 우직한 행보를 보여왔다. 기존에 M&A(인수합병)을 경험했던 증권사들이 안팎으로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던 전례를 답습하지 않으면서 M&A를 준비 중인 증권사들에게도 길을 제시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2014년)대비 165.2% 늘어난 2151억원을 기록하며 합병 첫해 2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시현했다.

    일각에서는 자기자본총계 업계 1위 회사가 순이익에서는 6등에 그쳤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경쟁 대형사들은 물론 그동안 중소형 증권사 인식이 강했던 메리츠종금증권이 아이엠투자증권과 합병을 계기로 지난해 3000억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며 업계 실적 1위를 기록한 점과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NH투자증권은 M&A와 함께 자기자본 4조 이상의 업계 1위가 된 만큼 감시와 경계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이 나오는 매 분기마다 '시너지', '덩칫값'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와 웰스메니지먼트(WM), 투자은행(IB)은 물론 트레이딩과 채권 등 증권사가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에서 업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 개별 조직을 통합한 후 곧바로 정상궤도로 올리는 과정에서 낸 수익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년 가시적인 성과에 조급했던 대신 내실다지기에 주력했다. 임기 중 성과보다는 회사와 금융투자업계 판도변화를 주시하며 조용한 변화를 추구했다.

  • ▲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 ⓒNH투자증권
    ▲ 김원규 NH투자증권 대표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통합출범 이전부터 통합이라는 큰 이슈 아래 화합이라는 전제가 필요한 회사였기 때문이다. 합병전 자기자본은 우리투자증권이 3조4600억원, NH농협증권은 8800억원 수준으로 규모에서 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합병전 양사의 수익구조도 뚜렷하게 달랐다. 우리투자증권은 업계 최고 증권사라는 강력한 자부심을 자랑해왔으며 브로커리지는 물론 채권인수, IPO, M&A 등 전통적인 IB강자였던 반면 비상장사 NH농협증권은 구조화금융과 사회간접자본(SOC) 등 농협그룹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안정적이면서 수익성 높은 사업을 추구해왔다.


    수익구조가 전혀 달라 다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장점보다는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회사와의 결합이라는 우려가 많았던 통합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원규 대표는 수익성, 규모, 기존실적을 빠르게 합쳐 외형을 바로 확장시켜 시너지 창출력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보다는 내부의 화학적 결합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전략을 짰다.


    우리투자증권을 흡수합병한 NH농협금융지주 역시 NH출신을 통합법인 CEO에 앉히는 대신 증권사 최초 사원 출신이자 우리투자증권의 전신 LG증권에 입사한 인물인 김원규 당시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지목해 조직의 연속성을 보장했다.


    김 사장은 취임 이후 인사에 대한 부분에 많은 고민을 쏟았다. 우리투자증권 출신이 점령군이 되지 않고, NH농협증권 출신이 약자가 되지 않도록 내부 통합에 집중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NH투자증권의 임원 비율이 3:1 정도로 우리투자증권 출신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들어 편향된 인사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반면 NH투자증권 측은 "단순히 양사 출신별 비중에 따라 임원인사를 내면 5:1내지는 6:1이 돼야 할 정도로 우리투자증권 출신 임직원들이 압도적"이라며 "오히려 우리투자증권 출신들이 화학적 결합을 위해 양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투자증권 출신인 김원규 사장이 지난해 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내린 또 다른 결심은 지난 9년간 업계 최고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 '옥토'를 포기한 것이다.


    사명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과시하며 2007년 출시된 이후 업계 내 자산관리 브랜드를 대표해온 '옥토(Octo)'와의 과감한 이별은 그만큼 통합 이후 화학적 결합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나의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해 안착하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지만 통합출범 2년째를 맞는 상황에서 특정 회사 출신이라는 유리장벽을 허물고 화학적 결합을 통한 본격 시너지 창출을 위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옥토'브랜드에 대한 우리투자증권 출신 직원들의 애착과 자부심이 남다르지만 그만큼 NH농협증권 출신 직원들에게는 괴리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장으로서, 우리투자증권 출신으로서 잘나가던 간판 브랜드 교체를 결정하며 결단력과 리더십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원규 사장의 리더십은 지난해 8월 전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 러시에서도 나타난다. 주가부양 성공여부를 떠나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임원들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당시 NH투자증권은 공시대상인 상무보 이상의 28명의 임원들이 최소 1000주에서 최대 5000주까지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특히 김원규 사장은 자사주 매입 캠페인 외에도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 현재 2만8천여주의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현재 증권업계는 M&A 바람이 불고 있다. 대형사들도 예외없이 인수와 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합병 이후 커질 규모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지만 전혀 다른 DNA를 가진 두 회사의 결합과 그에 따른 시너지 창출과 효과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현대증권을 비롯해 잠재적 M&A 후보 증권사들에 대해 업계는 합병 과정보다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은 관점에서 NH투자증권의 합병 이후 연착륙하는 모습은 업계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통합출범 이후 1년 동안 조직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올인한 김원규 사장이지만 CEO로서 허락된 시간은 한정돼 있다.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남은 1년의 시간은 다져온 조직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실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지난해 업황 호조에 따라 2000억원 이상의 순익을 냈지만 증권업계 전체로는 6위에 그쳤기 때문에 덩칫값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타 증권사를 압도할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체질이 약하다는 논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의 약점은 경쟁사 대비 낮은 ROE(자기자본이익률)였다. 자기자본은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가 2000억원 초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에 나온 결과로 자본 활용을 통해 ROE를 1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헤지펀드(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동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사모펀드 설립을 통해 선굵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ROE 상승 등의 체질개선은 물론 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업무편중 현상도 NH투자증권의 주도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세부등록 요건 가이드라인 제시가 지연되며 빠르면 올해 초 부터 헤지펀드를 가동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던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증권업계에서 헤지펀드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감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투자증권 노조와 NH농협증권 노조가 여전히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김원규 사장 입장에서는 남은 1년의 임기 중 절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