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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기간 연장- 진입규제 완화 - 수수료율 인상 최소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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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이달말 면세점 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개선안 방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에서 면세점 사업은 30여년간 ‘황금알을 낳는’ 대표적인 특혜사업으로 꼽혀왔다. 특혜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는 2013년 특허사업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
형식적인 통과의례로 여겨졌던 특혜기간 연장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진 것은 지난해 11월. 당시 롯데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여론이 악화됐고, 결국 서울에서 롯데월드점과 SK 워커힐점이 탈락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따라 워커힐점과 롯데월드점은 오는 5월, 6월 각각 문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올들어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 그룹이 신동빈 회장체제로 안착되는데다 롯데월드점 1300명의 직원들이 거리에 나앉을 상황에 처하게 되면서 ‘제도를 개선해 패자부활의 기회를 줘야하는게 아니냐’는 견해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롯데월드점, 워커힐점을 밀어내고 신규 특허권을 따낸 후 영업을 시작한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의 입장은 판이하게 다르다. 이들 3개사의 매출 규모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오는 5~6월 신세계, 두산이 영업을 시작하면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면세점들은 자리도 잡기 전에 작년말 탈락한 업체들을 구제하는 정책을 편다면 새 면세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할 것이 분명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 탈락한 면세점에다 이번에는 다른 경쟁업체까지 논란에 가세하고 있다. 수년간 면세점 시장진입을 추진해온 현대백화점그룹은 서울시내 면세점 4곳 이상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올해 서울시내 면세점 매출 규모를 6조원, 총면세점 수를 10~12개로 추정할 경우 평균 5000억~6000억 정도의 매출로 쾌적한 쇼핑 환경과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수를 늘리면 산업의 경쟁력이 강화돼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 및 해외 면세점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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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변수... 그리고 경쟁국들의 추격
한국의 면세점 시장 규모는 시장점유율 10%대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면세산업은 2010년대 들어 매년 중국인 관광객이 매년 30~40%씩 증가하면서 한국 관광산업을 견인해오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 중국 경기 침체 등으로 증가세가 20%대로 꺾였지만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호황 국가군에 분류돼왔다.
문제는 그동안 면세점 사업에서 톡톡히 재미를 보던 한국이 중국 정부의 새로운 면세점 정책, 일본-태국의 추격으로 ‘샌드위치’ 신세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진작 차원에서 요우커(중국인 해외관광객)의 해외 소비를 중국 국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국내 입국 면세점 수를 늘리고 일부 소비품의 수입 관세를 낮춰주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광저우, 항저우, 선전, 등 19개 지역의 공항에 입국 면세점을 설치한 중국은 하이난성의 싼야시에 새로운 면세점 시범지역을 세우는 한편 입국 면세점 구매 상한액도 5000위안에서 8000위안으로 상향키로 했다.
일본과 태국등 경쟁국들의 추격도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이 작년에 유치한 외국인 관광객인 1974만명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특히 요우커은 499만명으로 110%나 증가했다. 일본은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도쿄 오다이바에 대규모 면세점을 오픈하는 등 인프라를 급속히 확대해나가고 있다.
태국의 기세도 무섭다. 지난해 태국을 방문한 요우커는 793만명으로 전년보다(463만명) 71% 급증했다. 이는 한국의 598만명보다 200만명 가까이 많은 수치다. 태국은 이같은 분위기에 고무돼 면세 범위를 1만바트(약 34만원)에서 2만바트(약 68만원)로 상향하고, 명품 사치세(30%) 철폐, 수속절차 혁신 등 등 본격적으로 면세점 고객 확대전략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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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면세점 사업, 글로벌 경쟁력 높이려면...
세계적으로 면세점 사업은 제2의 수출산업으로 꼽힌다. 해외 명품들과 함께 품질 좋은 자국산 제품들을 판매함으로써 고급브랜드시장을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시아를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로 떠오른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기준 세계 면세점 순위는 스위스 듀프리(Dufry)가 1위, 미 디에프에스(DFS)가 2위, 롯데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롯데는 공격 경영으로 2020년 세계 1위를, 현재 7위인 호텔신라는 ‘글로벌 빅3’를 달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호텔신라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 일본 유통업체인 다카시마야, 전일공상사와 합병법인을 설립하고 일본 시내면세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에 잇따라 면세점을 연 데 이어 올들어 일본 도쿄세관으로부터 시내면세점 특허 1호를 취득한 롯데는 이달말 일본 도쿄 긴자점을, 6월에는 태국 방콕점을 개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롯데나 호텔신라나 국내 면세점의 탄탄한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해외시장에서 불안한 질주를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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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세점 제도 개선안, 솔로몬의 해법은?
한국 정부가 이달말 면세점 제도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논점은 이제 제도를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로 모아지고 있다.
사실 세계 어느 나라든 면세점은 단순히 판매시설 하나로만 평가할 수 없다. 인근 관광산업과 연계해야만 국가적 시너지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서울시내 면세점들이 고궁과 각종 관광명소들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2롯데월드, 석촌호수 일원을 관광벨트화하겠다는 롯데의 구상이 설득력을 갖는 부분이다.
기존 고객 기반을 갖춰놓은 워커힐면세점도 재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현대백화점그룹의 주장처럼 강남권에 면세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서울 관광산업을 활성화 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난해말 신규사업자로 선정된 면세점들은 특허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혜택이다. 예를들어, 현재 제도대로 이들 업체가 5년 후에 재심사해 탈락한다고 가정하면 업체들은 수천억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물론 신규업체들이 자리도 잡기 전에 진입규제를 완화해 기존 업체들을 재허가하는 것은 새 사업자들에게는 막대한 부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의 연속성이다. 신규업체들 주장대로 1년여 정도 자리잡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롯데, SK 매장을 1년여동안 황폐화시킨다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닐 듯 싶다.
탈락업체들에게 재진입의 기회를 주되, 신규업체들에게 가해질 상대적 피해의 문제는 정부가 부분적으로 떠안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허수수료를 현재보다 5~10배 인상하겠다는 것보다는 면세점 수를 늘리되 수수료 인상률을 낮추고, 매출에 연동시킴으로 정부-업계간 공생의 길을 모색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요즘 아시아 경제전문가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한국이 불안 불안하다’고 말한다. 자동차, 중공업, 전자, 철강 등 한 때 잘 나가던 사업들이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고사에 백가쟁명(百家爭鳴: Hundreds theories fights)이라는 말이 있다. 논란이 분분할 때는 정부나 업계나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때는 가장 중요한 원칙을 중심으로 정책을 펼치면 된다.
그 원칙은 각국이 면세점 사업을 ‘제2의 수출산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 그리고 한국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면세점 사업도 ‘글로벌 톱 플레이어’를 육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Lawrence Peck, Journalist & Juris Doctor (로렌스 펙 국제저널리스트,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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