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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이 물품을 구매하면 면세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후면세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면세점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주요 백화점들에 이어 마트업계가 외국인 부가세 즉시 환급제를 도입했고, 새로운 유통업체들도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사후면세점 시장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특히 아직까지 명품 유치를 확보하지 못한 서울 시내 면세점의 경우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사후면세점 즉시환급제도가 도입되면서 유통업체들이 사후면세점 운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후면세점은 정부 인가가 필요 없고 관할세무서에 신고만하면 영업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사후면세점은 2008년 2208곳에서 지난해 1만744곳으로 급증했다. 업계는 관련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7천억 원에서 50% 이상 커진 4조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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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환급제 도입, 사후면세점의 편리함
'외국인 부가세 즉시 환급'은 국내 체류기간 6개월 미만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이들이 체류기간 동안 구매 건당 3만 원 이상 20만 원 미만 상품(인당 100만원 한도)을 구입했을 때 매장에서 바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사후면세점을 이용하면 세금을 내고 물건을 구입한 후 출국할 때 공항의 세금 환급창구에서 세금을 돌려받아야 했다. 백화점·마트 등에서 상품을 구매할 경우 3단계(부가세 포함한 금액 결제, 텍스리펀드 데스크에서 전표 발급, 공항 세관에 전표 제출)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반면 즉시 환급서비스는 부가세 환급 전용 계산대에서 여권 조회와 승인 과정만 거치면 바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외국인들이 공항 세관에서 관광객이 몰릴 때 겪는 불편함을 덜게 한 셈이다.
◇백화점·마트 이어 유통업체 가세··· 인기몰이
현재 국내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이같은 외국인 부가세 즉시 환급 서비스를 도입했다.
올해 들어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외국인 방문이 많은 점포 순으로 이 서비스를 들여왔으며, 이마트· 롯데마트·홈플러스도 뒤이어 같은 서비스를 개시했다.
최근에는 애경그룹 유통부문 AK플라자도 사후면세점 대열에 전격 동참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4일부터 외국인 쇼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 즉시환급 서비스를 실시했다. 수원AK타운점부터 사후면세점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며, 보유하고 있는 호텔 '노보텔 앰배서더 수원'과도 제휴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추가 혜택을 늘려갈 계획이다.
강원랜드도 일부 영업장에 사후면세점을 도입한 상태다. 강원랜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이곳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를 촉진하고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이달 중 도입했다. 강원랜드호텔 3층에 위치한 3개소 기프트 숍과 오브, 카페 뮤즈를 사후면세점으로 등록하며 향후 기프트 숍 확장 등에 맞춰 사후면세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코스닥업체인 엘아이에스도 오는 3월 서울 이화여대 앞에 서울 시내 최대 규모의 종합 화장품 전문 사후면세점을 연다. 엘아이에스 화장품 사후면세점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 총 2개층 연면적 4958㎡(1500평)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유명 브랜드 제품과 메디컬 기능성 화장품 등 다양한 브랜드가 대거 입점할 예정이다.
최근 HDC신라면세점의 개관으로 새로운 관광지역이 조성된 용산에도 대형 사후면세점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식회사 왕몰은 용산전자랜드 건물 1~3층을 리모델링해 1만6528㎡ 규모의 레드크론(REDCRON) TRD(Tax Refund Department) 의 4월말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
◇명품도 없는 신규면세점 "난제 극복 관건"
업계는 편리해진 환급 제도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액결제라는 이유로 복잡한 환급 과정을 포기했던 외국인들도 절차가 간편해지면서 이용객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객력이나 상품등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는 백화점의 수혜가 예상된다.
반면 시내면세점은 고객들을 뺏길 위기에 처하면서 근심이 생겼다. 관세·부가세·개별소비세 등 세금을 면제해주는 '면세' 혜택을 사후면세점들과 함께 하면서 이들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난해말 서둘러 문을 연 한화그룹의 '갤러리아면세점63'과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품 'HDC신라면세점' 등의 신규업체들은 아직 해외 유명브랜드 매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당초 HDC신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63은 각각 오는 5월과 상반기 중 그랜드오픈에 맞춰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유커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명품브랜드들이 국가별로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는 데다 정부의 5년 주기 면세 특허 재승인 방침에 따라 명품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유통 재벌들은 명품업체를 찾아다니며 입점을 호소할 정도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명품 매장 유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을 만나는 등 직접 발로 뛰고 있지만 화장품을 제외하고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면세점63도 명품브랜드 유치에 압박을 받고 있다. 갤러리아면세점63엔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 팀장이태스크포스(TF)에 가세해 있다. 현재 구찌 브랜드의 입점이 확정돼 오는 6월께 들어설 예정이지만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 등의 '톱 브랜드' 유치라는 난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이처럼 오너 2세들이 면세사업 전면에 줄줄이 참여할 경우, 실패 시 기업 비난은 물론 오너 일가의 조롱거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두산면세점도 예외는 아니다. 오는 5월 오픈을 앞둔 두산면세점은 박용만 두산그룹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전무가 면세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이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까 우려하는 시장의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며 "시내 면세점의 매출은 유커에 대한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들이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굴욕적인 협상을 해서라도 입점을 요청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