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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의 손실 공포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DLS(파생결합증권) 역시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DLS는 원유 가격 추이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도록 설계됐는데 수천억 원대의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유가격과 연동되는 DLS 투자자들이 올해 1분기 중 3000억원 넘는 원금 손실을 냈다.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경우 추가 손실 위험도 나온다.
올해 1분기 중 원유 DLS 상품 215개, 4999억원어치의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3137억원의 손실이 확정돼 고객이 돌려받은 돈은 1862억원에 그쳐 평균 손실률 62.76%를 기록했다.
문제는 여전히 378개, 4890억원어치가 녹인(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가 있다는 점으로 3월 말 기준으로 만기가 되지 않은 원유 DLS 상품은 611개, 6686억원어치다.
발행액 기준으로 약 73%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셈이다.
이들 DLS 대부분은 국제 유가가 발행 당시의 80∼90% 수준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손실이 확정된다.
시장에서는 보수적으로 손실률을 50%쯤 잡아도 원유 DLS에서 2500억원가량의 추가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 2월 26.21달러까지 추락했다가 최근 40달러 수준까지 회복됐지만 이 정도로는 DLS 구조상 투자자들이 녹인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추가 상승을 기대했던 시장 예상과 달리 최근 30달러선으로 다시 하락한 상태다.
지난해 원유 DLS에서는 이미 111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국제 유가 급락 사태로 원유 DLS 상품에서만 이미 4000억원대 손실이 났다.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고려하면 최대 누적 손실 규모가 6∼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 유가가 100달러 이상일 때 발행된 원유 DLS는 200개, 3194억어치에 달한다.
투자자들이 낯선 파생 상품인 원유 DLS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부은 배경에는 증권사와 은행 등 금융권의 적극적인 판촉과 권유가 있었기 때문에 향후 투자자들과 금융사 간의 법적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지만 금융권은 투자 성과에 상관없이 최대 판매액의 1%에 가까운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원유 DLS 투자자 일부는 금융당국에 불완전 판매 탓에 손해를 봤다면서 잇따라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유 DLS 손실률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일단 시장상황을 더 모니터링하다가 특정 금융사를 중심으로 불완전 판매에 관한 조직적 정황이 포착되면 상세히 들여다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거꾸로 기회를 엿보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어 DLS에 대한 관심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