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가운데 안철수 대표. ⓒ 정재훈 기자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가운데 안철수 대표. ⓒ 정재훈 기자


    요란한 공천 갈등의 결과는 참혹했다. 친박도 졌고, 비박도 스러졌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과반에 실패한 것보다 당내 '승리자'가 아무도 없다는 점은 몸서리 치게 아프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서로 할퀴던 칼날은 끝끝내 자신들을 겨눴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살아남았지만 그의 측근인 박종희 공천위원은 탈락하는 식이다. 탈박계 유승민 의원은 무소속으로 생환했으나 무소속 연대를 이뤘던 권은희, 조해진 의원은 끝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명백한 공천의 실패였다. 


    ◇ 무리한 공천, 화 불렀다

    14일 제 20대 총선 개표 결과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컷오프' 명목하래 무리하게 공천을 주도했던 지역은 대거 '야당 몫'이 됐다. 심지어 이번 선거가 제 2야당인 국민의당까지 나서며 정치공학상 1여당 2야당 체제로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전개됐던 점을 감안하면 출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창피한 결과이다.

    특히 '진박(진실한 사람들)'으로 구분된 이들의 패배는 향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일 오전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옷을 입고 투표하며 사실상 지지층 결집을 꾀했지만 민심은 새누리당을 원하지 않았다.



  •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시작되자 새누리당 내  침통한 기운이 가득하다.  ⓒ 사진공동취재단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가 시작되자 새누리당 내 침통한 기운이 가득하다. ⓒ 사진공동취재단



    금융감독원장 출신의 권혁세(성남 분당갑) 후보는 새누리 안방에서 더민주 김병관 후보에게 첫 금배지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이 지역은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기간 동안 판교를 방문, 권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무리한 진박 마케팅 논란이 일면서 진박 프리미엄은 오히려 진박 역풍이 됐다.

    박근혜정부 총리 지명자였던 안대희(마포갑)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후보에게 패했고,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영등포을) 후보는 더민주 신경민 후보에게 19대 때에 이어 2연패를 당했다.

    대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잇따라 전직 새누리당 의원이자 무소속 후보에게 패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이인선(대구 수성을) 후보는 현역 의원인 무소속 주호영 의원에게, 양명모(대구 북구을) 후보는 무소속 홍의락 의원에게 패했다.

    서울 용산에서는 더민주로 당적을 옮긴 진영 후보가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를 제쳤고, 인천 서구을에서는 차기 국회의장으로 분류됐던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가 신동근 더민주 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


    ◇ '탈박계' 유승민 살았지만 못 웃는다

    그렇다고 '탈박계' 인사가 모두 생환한 것은 아니다. 대구에서 유승민·주호영 후보 등은 살아남았지만 무소속 벨트를 꿈꿨던 권은희(대구 북구갑), 조해진(경남 밀양) 의원은  각각 '기호 1번' 새누리당 후보인 정태옥, 엄용수 후보에게 각각 지역구를 내주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서청원 (경기 화성갑), 최경환 (경북 경산), 유기준(부산 서구동구), 홍문종(경기 의정부을) 의원은 생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들의 지역구는 새누리당의 '안전지대'로 꼽힌다.

    그나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인천 연수을) 후보와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주광덕(경기 남양주병) 후보, 산업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상직(부산 기장군) 후보가 생환하면서 청와대는 체면치레를 하게됐다.

    당내에서는 오히려 공천파동에서 한걸음 떨어진 인사들의 '생존율'이 높았다. 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과 정병국(경기 여주), 김세연(부산 금정) 의원 등이다.



    ◇ 웃는 건 안철수 국민의당 뿐
     
    특히 새누리당 지역구 당선율에 비해 비례대표 득표율이 크게 낮은 점은 새누리당을 향한 싸늘한 표심을 그대로 투영한다. '인물'은 새누리당을 뽑지만 막상 '정당'에 대한 표심은 안철수 의원이 이끄는 국민의당에 분산됐다. 새누리당도 싫고, 더민주도 싫다는 뜻이다.

    당초 교섭단체 구성(국회의원 20인 이상)을 목표로 삼았던 국민의당이 40석에 육박하는 제 2 원내야당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한 버팀목이 돼준 셈이다.


  •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당선된 국민의당 안철수 당선인이 부인 김미경씨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환호를 하고 있다. ⓒ 뉴시스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당선된 국민의당 안철수 당선인이 부인 김미경씨와 13일 오후 서울 노원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환호를 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서 더민주까지 제치는 것으로 나타나 반(反)새누리 전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이번 총선으로 그동안 '후퇴', '철수'의 아이콘이던 안철수 대표는 제 3당의 대표로 입지를 단단히 굳히게 됐다.

    안철수 대표는 차기 대권가도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한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보다 한층 우위에 설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23석을 확보하며 확실한 호남정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새누리당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뒤 심상치 않은 민심을 감지하고 '반성과 다짐을 담은 노래'로 이른바 반다송을 공개하는 등 공천파동에 대한 공개사죄에 나섰지만 표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