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상황에 따라 전통적 역할서 벗어나야"구조조정 관련 인식 공유…정부와 한 배 탈까
  • 한계기업 구조조정 자금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놓고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한국은행이 방향선회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일 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함께하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한은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앙은행으로서 기능과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이주열 총재가 이날 오전 열린 집행간부 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총재는 "이제 기업 구조조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으므로 한은의 역할 수행 방안에 대해 다시 한 번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권력을 통한 한국은행의 역할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이며 한동안 거세게 일었던 정부와 한은의 '불협화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차관은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은 선제적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에 대비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부는 중앙은행이 상황에 따라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차관은 "정부든 중앙은행이든 상황 변화에 따라 전통적 역할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충분히 고려를 해야할 것"이라며 "예기치 못하고 전례가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정책 수단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은이 수출입은행에 추가로 출자하거나 법 개정을 통해 산업은행 추가 출자·채권 인수를 하는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4일 첫 관계기관 협의체를 열어 국책은행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


    기재부는 재정과 통화정책이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합의만 있을 뿐 국책은행 자본 확충 규모와 방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