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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하루 앞둔 금융권의 이슈는 한국판 양적완화 논쟁으로 뜨겁다.
한국판 양적완화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사들여 공급한 자금으로 각각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돕자는 여당의 공약 중 하나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될 경우 산업은행은 늘어난 자본으로 구조조정 추진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주택금융공사는 주택대출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한은법 상 인수할 수 있는 채권이 국고채로 한정된 만큼 관련 법 개정을 하지 않는 이상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양적완화 카드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통화정책뿐이다. -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신임 금통위원
4월 금통위는 기존 4명의 위원들이 임기를 하루 앞둔 19일에 열린다.
따라서 금통위를 떠나는 전임자들이 금리인하에 대한 부담을 신임 금통위원들에게 떠넘길 공산이 크다는 게 4월 기준금리 동결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임 금융통화위원은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조동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고승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신인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등 4명이다.
현재 금통위 제도는 한국은행 총재와 부총재를 제외하고 한국은행, 기재부, 금융위, 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 등 5개 기관에서 각각 한명씩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통령 임명을 거치면 신임 위원들은 오는 4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친정부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경력 상 정부에서 근무하거나 개발정책을 중요시하는 정부 산하 싱크탱크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전반적으로 시장 중심적 입장보다 친정부 성향을 드러낸 통화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조동철 교수의 경우 2014년 말부터 금리 인하를 요구한 바 있으며 신인석 자본시장원장은 현재의 성장 모멤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정부 역시 돈을 풀어 경제부양을 희망하는 만큼 양적완화를 위한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기준금리 변동 시기는 3개월 내?
그동안 금통위원 3명 이상이 한번에 교체될 경우 기준금리 역시 3개월 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3·3법칙’이라 일컫는다.
2002년부터 금융통화위원이 같은 달 3명 이상 교체된 사례는 4번이며 모두 석 달 안에 기준금리가 바뀌었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위원은 2012년 4월 동시에 임명돼 5월부터 회의에 참석했다.
이후 두 달 뒤 7월 열린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13개월 연속 요지부동이었던 통화정책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2008년에는 김대식, 최도성, 강명헌 위원 등 3명이 5월부터 임기를 시작해 그 해 8월 기준금리를 5.0%에서 5.25%로 인상했다. 당시에도 기준금리는 12개월 동안 5%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성남, 강문수, 이덕훈 전 위원이 2004년 5월 금통위에 새로 합류했을 때도 3개월 뒤 기준금리가 3.75%에서 3.50% 바뀐 바 있으며 2002년에도 박승, 최운열, 김병일, 김태동 전 위원이 합류하자 기준금리가 4.0%에서 4.25% 포인트 인상된 사례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올해 금통위가 금리인하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난 후 5월부터는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신임 금통위원들이 매파적 성향보다는 비둘기파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취임과 동시에 기준금리를 내리진 않겠지만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