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이어 업계 4위 스즈키도 고객 속여닛산 국내서 배기가스 조작 논란
  • ▲ 매연이 가득한 도로.ⓒ연합뉴스
    ▲ 매연이 가득한 도로.ⓒ연합뉴스


    장인정신의 나라 일본. 신뢰를 바탕으로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선 일본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18일 미쓰비시자동차의 연비 조작 사태가 가라앉기도 전에 일본 자동차 업계 4위인 스즈키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해왔음을 인정했다.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은 "2010년 이후 일본에서 생산된 210만대를 정부의 규정과 다른 방법으로 연비를 측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에는 일본차 업계 6위의 미쓰비시자동차가 62만5000대의 연비를 조작한 사실을 시인했다.


    일본 자동차시장에 충격을 준 미쓰비시는 회사 존폐위기에 처했고, 결국 닛산이 구원투수로 나서며 미쓰비시자동차를 인수하기로 했다.


    자동차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던 일본업계가 고객을 기만하는 행위를 수년간 이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차 업계는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게 됐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닛산이 연비를 높이기 위해 캐시카이 차량의 배출가스재순환장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법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 ▲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연비조작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 스즈키의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연비조작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환경부와 닛산 측은 임의설정 규정 위반 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 상황이다.


    하지만 닛산이 배출가스재순환장치 파이프를 굳이 열에 약한 재질로 사용, 이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 주행 온도 수준인 엔진 흡기온도 35℃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 작동을 중단시켰다는 것은 사실로 드러났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닛산이 불법은 피할 수 있어도 환경오염을 무시하고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꼼수'를 저질렀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본자동차 회사들의 실태가 국내 자동차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전망이다.


    양사 모두 경차, 소형차 위주의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고 한국에서 승용차를 판매하고 있지 않아서다. 또 해외시장 역시 동남아 위주의 판매망을 형성하고 있어 현대·기아차와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부분이 적다.


    인도에서는 현대차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현지 업체인 마루티 이미지가 강해 큰 영향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마루티 스즈키는 인도시장 점유율 40%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현대차는 20% 미만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일본자동차 업계의 재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자동차 업계는 현재 토요타, 닛산, 혼다 등 3개 대형사를 중심으로 마쓰다, 스즈키, 미쓰비시, 다이하쓰, 스바루 등이 있다. 하지만 올 초 토요타가 다이하쓰 지분을 100% 인수했고 이미 마쓰다, 스즈키와 제휴를 맺은 상태다. 닛산은 연비조작 사태 이후 미쓰비시를 인수 최대주주가 됐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 역시 자동차산업 재편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일본 자동차시장이 빅 3를 중심으로 4~5개 업체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 ▲ 자료사진.ⓒ연합뉴스
    ▲ 자료사진.ⓒ연합뉴스


    일본차 업계가 성공적으로 재편을 마칠 경우 기술력과 경쟁력 확보가 예상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리 자동차산업에 부담이 될 여지가 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사가 원가절감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강성 노조로 원가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경쟁국인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다. 폭스바겐의 경우 토요타 이상의 생산력을 보일 모듈화 방식 도입을 추진 중이다. GM을 비롯한 미국 자동차회사 역시 슬림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올해도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노조는 금속노조가 정한 기본급 7.2%인 임금 15만25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그룹사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노사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은 원가절감 경쟁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일본차시장 재편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산 완성차 업체들 역시 원가절감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