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300조 매출… 영업익 32조 남짓중국발 범용 D램에 메모리 사업 '답답'HBM 엔비디아 공급 지연… 올해는 될까1분기 저점 찍을 듯… 하반기 반등 기대
  • ▲ 삼성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거두면서 "역사 상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가뜩이나 PC와 스마트폰 등에서 메모리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범용(레거시) 메모리 시장을 파고 든 중국업체들과의 경쟁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올 상반기까지도 삼성이 메모리는 물론이고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반등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고난의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4Q 7조원대로 눈 낮췄는데…6.5조 영업익에 '충격'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75조 원, 영업이익 6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 발표에 나섰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액이 300조 800억 원을 기록해 2년 만에 300조 원 복귀에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은 32조 7300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다.

    증권업계에선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8조 원대 수준으로 예상했다. 4분기 중반 이상 지났던 지난 11월만 해도 10조 원대 이익을 기대했다가 지난달 들어 8조 원대로 눈높이를 낮췄는데, 실적발표를 앞둔 지난 며칠 간 증권가의 컨센서스는 7조 원 중후반대로 다시 낮아졌다.

    하지만 삼성이 여기에도 미치지 못하는 6조 5000억 원대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업계와 시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업체들의 DDR4 등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활약이 두드러기지 시작한건 사실이지만 삼성이 이정도로 직격탄을 맞을지까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잠정실적 발표에선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에서 4분기에만 2조 원대 이익을 내는데 그쳤을 가능성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5조 원 안팎의 이익을 내고도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2조 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연간 기준으로도 당초 예상처럼 DS부문에서만 16조 원 안팎의 이익을 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14조 원대 이익을 내는데 그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15조 원 가량 적자를 봤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성장이지만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벗어나 호황기에 들어설 것으로 봤던 전망이 무색하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실적 회복 흐름이 강력했던 삼성전자는 불과 1분기 뒤인 3분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어닝쇼크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동안 삼성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이 같은 상황에 이례적으로 반도체 사업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직접 실적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담긴 입장문을 공개하기도 했을 정도다.

    쇼크는 3분기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도 시장의 기대치보다 많게는 1조 원 넘게 차이를 나타내면서 가뜩이나 우려가 높은 반도체 사업 위기가 현실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분위기다.
  • ▲ 삼성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삼성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中 CXMT 추격 매서워…HBM 실기까지 이중고

    무엇보다 아직까진 삼성과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범용 메모리 사업이 중국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했다는 점에 위기감이 크다.

    CXMT 등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적으론 삼성이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상위 3사 대비 기술적으로 4~5년 가량 뒤쳐져있다고 알려졌는데, 가격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는 사실이 이번 실적으로 증명됐다.

    중국 최대 메모리사인 CXMT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보조금과 지원으로 지난해 생산능력을 시장 3위 마이크론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확대한 바 있다. 올해는 상반기 중에 마이크론을 넘어설 확률도 큰 상황이다.

    미국의 규제를 피해 범용 제품 개발에 올인했던 중국이 '반값' D램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범용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올 하반기엔 PC나 스마트폰, IT기기 등 전통적인 범용 메모리 수요처가 여전히 높은 재고 상태를 유지하고 주문을 늘리지 않고 있는데, 중국이 가격공세까지 나서면서 한국업체들 입장에선 이중고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고 본다.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삼성이 AI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AI반도체 최강자인 엔비디아에 5세대 HBM인 'HBM3E'를 공급해야 하는 골든타임이 지난해 하반기였는데 아직 이 공급건을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점이 실적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 젠슨 황 "삼성 HBM 잘할 것"… 올 1분기 저점론

    다만 삼성이 엔비디아 관문을 뚫는 시점이 올해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5'에서 기자 간담회 자리를 통해 삼성의 HBM3E가 아직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곧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를 넘겼지만 삼성 HBM3E 퀄테스트(품질 검증)가 막바지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과 업계에선 내년 상반기까지도 삼성 반도체 사업의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본다. 톰 강 카운터포인트 애널리스트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역사 상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부활하려면 새로운 고객에게 AI 메모리를 공급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올 1분기 실적 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를 지나면 D램과 파운드리가 전사 실적의 반등을 이끌어가기 시작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부진한 IT 전방수요와 대중국 반도체 규제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전망되나 상반기 메모리 가격의 바닥 확인과 함께 하반기 업황 개선을 기대해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