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주식ᆞ채권ᆞ부동산시장 꽃필까…
  • ▲ 한 은행의 예금거래 창구. ⓒ 연합뉴스
    ▲ 한 은행의 예금거래 창구. ⓒ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사장 최저치인 1.25%로 내리면서, 은행 예금통장에서 잠자고 있는 대규모 뭉칫돈의 연쇄 이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 요구불예금은 133조원. 이 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머물러 있는 유동성자금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더 내려가면, 이 돈이 상대적으로 이율이 높은 주식이나 채권 혹은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현재 연 1.3% 정도인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0%,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 중반까지 각각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요구불예금은 133조원으로 16년 만에 최대 규모다. 요구불예금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얘기는 시장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요구불예금은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유동성 자금이다. 즉 언제든 은행권을 떠날 수 있는 돈이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돈이, 금리인하의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지면,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시장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는 증권주와 건설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는 다양한 변수가 있지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거래량이 증가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 작년 6월 기준금리가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하락하자, 7월 코스피 거래량은 전월보다 41억9,757만주, 거래대금은 25조2,767억원이 늘었다.

    분양시장도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도금 대출 금리가 인상된 상태인데, 이번 금리 인하로 중도금 대출 금리가 낮아져 분양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은행 예금보다는 매달 일정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014~2015년 기준금리를 1%p 인하하자 은행 예금금리가 1% 초중반으로 떨어진 반면 , 서울 시내 중대형상가의 투자수익률은 2012년 연 4% 후반대에서 작년 4분기 연 6.31%까지 올랐다.

    KB금융경영연구소의 '중소형빌딩 시장 거래동향 및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를 보면, 작년 서울 시내 500억원 미만 중소형빌딩 거래량은 1,036건으로, 2013년 522건보다 약 2배 늘었다. 거래 금액도 2013년 2조7,100억원에서 2015년 5조5,300억원으로 역시 배 정도 늘었다. 이런 현상은 금융권을 전전하는 뭉칫돈들이 현재도 수익률이 높은 투자처를 찾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은행 예금을 이용하는 고객이 더 늘어 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 미국 금리 인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등 대내외적인 변수가 많은 상태에서, 안전하게 '있는 재산이라도 지키자'는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

    시중은행들은 '고객 이탈' 가능성에 긴장하며 신상품 개발이나 수수료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주 중 시중금리보다 0.2∼0.3%포인트 높은 스포츠마케팅과 연계한 신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도 조만간 통신사와 연계한 특화 예금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자산관리 역량 강화를 통해 수수료 부문을 확대하고 디지털과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저축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대다수 중산층과 서민들은 금리가 내려가도 저축을 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