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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 쟁의를 결의, 내달 현대차 노조와 공동 파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큰 파장이 우려된다. 두 회사의 공동파업은 1993년 임단협에서 공동파업이 진행된 후 23년만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후 5시30분 울산 본사 노조사무실에서 대의원 참석대의원 131명 만장일치로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현대중공업 노조측은 "12차례에 걸친 2016년 임금,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교섭이 회사측의 시간끌기와 무성의로 인해 단한가지도 합의되지 못하면서 현장 조합원들의 불만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회의를 하는 기간에도 빠른 해결을 위해 회사와 교섭을 이어갈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는 남겼다.
노조는 쟁의발생 결의로 본격적인 파업수순에 돌입했다.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는 동시에 조합원 1만6000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합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얻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및 행정지도 명령, 10일간의 조정기간을 거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일정과 절차를 감안할 때 7월 둘째주 정도에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이번 파업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그 규모와 방향성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현대차 노조도 연대 투쟁 방침을 정해, 그 규모와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노조가 다음달 현대차와 손잡고 파업을 할 경우 23년만에 공동 파업이 성사된다. 양사 노조는 지난해 9월 조선업종노조연대와 공동 집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현대차 노조가 불참하면서 공동 파업이 무산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임단협 중 구조조정 반대와 더불어 노동개악 폐기 등 대정부 투쟁으로 방향을 선회, 정치성까지 띄고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임단협은 난항이 예상된다. 노조 측은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권 인정, 성과연봉제 폐지 등 회사의 경영·인사권을 침해하는 안건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다 구조조정 문제까지 불거져 노사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어, 협상 장기화와 파업 투쟁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파업이라는 최악의 카드를 꺼낼 경우 지역사회의 경기 침체는 더욱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5일 열린 집회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간부들이 삭발 투쟁까지 나선 것을 봤을 때 파업을 막기는 어렵다"며 "집단 투쟁에 나설 경우 조선위기 극복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도 더욱 피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15일 중앙집회를 열고 구조조정 철회와 임단협 승리를 위해 결의를 다졌다. 이 자리에서 백형록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임원 4명은 삭발을 통해 강경한 투쟁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