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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의 대표 장수 제품인 '초코파이 정(情)'이 식음료 업계 트렌드로 떠오른 '바나나'에 시장을 빼앗기며 추락세가 가파르다. '초코파이 정'은 올 초 자매품으로 내놓은 '초코파이 정 바나나'는 물론 롯데제과의 '몽쉘 초코&바나나'에도 밀리는 등 굴욕을 맛 봤다.
28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 수년 간 전체 파이(pie)류 제품 1위 자리를 쭉 지켜왔던 '초코파이 정'이 '초코파이 정 바나나' 출시 이후 1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A 편의점의 파이류 판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오리온 '초코파이 정'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판매 부동의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켜왔지만 바나나 제품이 출시된 다음 달부터 2위로 내려앉았다.
4월과 5월에는 '몽쉘 초코&바나나'에, 이달에는 '초코파이 정 바나나'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A 편의점 관계자는 "제품 베스트 순위를 집계한 이래 파이 제품류에서 오리온 초코파이 정 오리지널 제품이 1위 자리를 내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바나나맛 파이가 오리지널 제품 인기를 뛰어 넘었다"고 전했다. -
B 편의점에서도 같은 기간 '몽쉘 초코&바나나', '초코파이 정 바나나'에 밀려 '초코파이 정'이 3위까지 떨어졌다. 이 편의점 역시 파이류 제품에서 '초코파이 정'이 1위에서 밀려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초코파이 정'은 수년간 파이 제품의 독보적인 1위였는데 바나나 제품 출시 이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자매품 때문에 오리지널 제품 고객을 분산시키는 꼴이 됐는데 경쟁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바나나맛 파이 열풍이 전체 파이류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면서 "독보적인 1등 제품의 경우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 입맛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오리온 '초코파이 정 바나나' 출시 이후 비슷한 바나나맛 파이 제품이 등장하면서 고객들도 전보다 쉽게 새 제품에 마음을 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 바나나' 출시로 전체 파이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오리지널 제품인 '초코파이 정' 매출 신장세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C 편의점 집계에 따르면 파이류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4년 2.9%, 2015년 2.3% 성장했고 오리온 '초코파이 정' 매출신장률은 같은 기간 각 7.2%, 3.0%씩 증가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오리온 '초코파이 정' 매출 신장률은 전체 파이 제품의 매출 신장률을 웃돌았지만 3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오리온 '초코파이 정 바나나'와 롯데제과 '몽쉘 초코&바나나'가 출시된 3월에는 파이 제품 전체 매출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23.2% 증가했으며 4월 68.1%, 5월 63.4%, 6월 62.8%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초코파이 정' 오리지널 제품의 월별 매출신장률은 4월 8.9%, 5월 15.7%, 6월 16.1%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바나나맛 파이 제품 등장으로 파이류 전체 시장은 확대됐지만 오리온 '초코파이 정' 오리지널 제품이 확대된 시장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오리온 측은 지난 5월 '초코파이 정 바나나' 출시 효과에 힘입어 4월 한 달 간 '초코파이 정' 매출이 15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초코파이 정 바나나' 효과일 뿐 실상은 '형' 오리지널 제품이 '동생'인 바나나에 시장을 내어 준 격이 됐다. '초코파이 정 바나나'는 같은 기간 약 2000만개가 팔려나갔다.
'초코파이 정 바나나' 매출이 오리지널의 매출을 뛰어넘은 곳도 있었다.
국내 한 편의점 업체 측은 "지난 5월 초코파이 정 바나나가 초코파이 정 매출을 뛰어넘었다"면서 "현재 오리지널 제품이 35%, 초코파이 정 바나나 제품이 65%의 비율로 팔리고 있어 올해 바나나맛 제품의 인기가 오리지널 제품까지 먹여 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오리온뿐만 아니라 롯데제과 '몽쉘 초코&바나나', 해태제과 '오예스 바나나'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초코파이 정'이 독식해오던 파이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당장은 '초코파이 정 바나나' 제품이 잘 팔린다고 해도 결과적으로 오리지널 제품 고객을 경쟁사 제품으로까지 분산시키는 역효과가 나고 있어 오리온도 마냥 웃을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10월말 가격 인상 없이 '초코파이 정' 개당 중량을 35g에서 39g으로 11.4% 증량했다. '초코파이 정 바나나'는 이보다 양이 조금 적은 개당 37g이다. 오리지널 제품이 같은 가격에 양이 더 많지만 이미 돌아선 소비자들의 입맛을 '양'으로만 붙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리온이 지난 1974년 출시한 '초코파이정'은 국내 파이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이자 전 세계 60개국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히트상품이다. 오리온은 지난 3월 창립 60주년을 맞아 초코파이 정 탄생 42년 만에 처음으로 자매 제품 '초코파이 정 바나나'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