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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심사보고서를 SKT에 송부하며, 인수합병에 대한 논란이 어느정도 일단락됐다.
공정위는 시장 경쟁성과 관련한 시정조치만 정할 뿐이고 실제 M&A 인허가권은 미래부와 방통위 두 부처가 가지고 있어, 조만간 공정위의 최종 보고서가 미래부·방통위로 넘겨질 전망이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가 진행된지 거의 8개월 만이다.
통신업계 합병 최장 심사기간 신기록이다. 가장 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신세기통신 합병 심사가 104일이었고, KT-KTF 합병이 56일, LG텔레콤-파워콤-데이콤 합병이 59일이었다.
해외 이동통신 관련 M&A 평균 심사 기간인 59일보다도 현저히 길어, 이종업계간 융합 글로벌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이렇듯 다행히 공정위의 보고서가 나왔지만, 그간 8개월 동안 관련 주무처들은 인허가 건이 늦춰지는 것에 대해 서로 뒷짐만 진채 '남탓'하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심사보고서가 나오기 전, 20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한 의원에 질의에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 상황평가와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보고서가 늦어졌기 때문"이라며 "지난 3월 말에 2015년 기준 미래부와 방통위의 연간 보고서가 나왔다"고 말했다.
정재찬 위원장이 언급한 자료는 미래부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발표한 '2015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와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평가 보고서' 등 2종으로, 결국 미래부가 제 때 일을 하지 않아 인가심사가 늦어진 것이라고 우회해 말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마친가지 반응이었다. 공정위가 결론을 먼저 내려야하므로 우린 기다린 죄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최근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심사 결과를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가) 결론을 낼 시점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며 "공정위가 검토해 결과를 넘기면, 미래부는 이미 상당히 많은 부분을 검토했기 때문에 심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와 방통위가 서로 일을 떠미는 사이 시장은 이미 혼탁해졌다.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동안 원색적 비난과 발목잡기가 도를 넘어서는가 하면,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포기 명분을 만들기 위해 CJ헬로비전 탈세 혐의 유포 자작극을 벌였다'는 등 관련 사설 정보지(찌라시)까지 난무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통신 융합을 새 돌파구로 생각했던 케이블업계는 정부 안일한 인수합병 늦장 대응으로 '코마'상태나 다름없었다.
정부는 어떤 분야이든 관련 사안을 신속히 처리해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시키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미래부와 공정위 수장들의 행태를 보자면, 이러한 의무를 망각한 채 보여주기식 '액션'과 수준낮은 행정력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게다가 공정위가 여러 분야의 '공정거래'를 다룬다 하지만, 방송·통신정책의 주무부처이자 M&A 최종 인가권을 쥔 미래부가 업계 최대 현안에 대해 아무런 힘도 없이 마냥 공정위의 우선 결정만 기다려 왔던 모습은 스스로의 신뢰성에도 생채기만 남겼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기업의 선제적 구조재편을 지원하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한 상황에서 어떠한 식으로든 미래부와 방통위가 남은 M&A 최종 인가심사에 더욱 속도를 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