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B, 투자 유치 계획 '삐걱'…중소 콘텐츠 업체로 피해 확대 조짐 보여'SKB-CJHV' 직원들 '좌불안석'…"불안감 안고 업무 임해"5~6개월 동안 경영활동 사실상 '멈춤'…"국가적 손해 방치 말아야"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와 관련 심사기간이 역대 최장 기간을 기록하면서, 합병주체인 SK브로드밴드의 투자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초 상반기 중으로 M&A가 성사돼 투자유치를 하려던 상황이었으나, 공정위가 지금 당장 심사결과를 발표하더라도 주무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가 심사가 남아있어 사실상 하반기 중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합병법인으로 투자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 인력을 늘리는 등 다방면에서 투자를 늘린 중소 통신, 미디어 콘텐츠 업체들의 피해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1일 SKT로부터 'SKB-CJHV' M&A  사업자 인허가 신청을 받은 후 날로 최장 심사기간 신기록을 달성 중이다.

    가장 길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신세기통신 합병 심사가 104일이었고, KT-KTF 합병이 56일, LG텔레콤-파워콤-데이콤 합병이 59일이었다.

    해외 이동통신 관련 M&A 평균 심사 기간인 59일보다도 현저히 길어, 이종업계간 융합 글로벌 추세에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상 심사 기한이 최대 120일로 정해져 있으나, 공정위는 자료 보정과 추가 자료 요청에 걸리는 시간은 심사 기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M&A를 심사할 시간이 아직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공정위가 이 같은 명분을 내세움으로 해서 방송, 통신 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법인은 국내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향후 1년간 총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운영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1500억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은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할 청사진을 세운 바 있다.

    또한 1800억원을 재투자해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수합병 심사 기간이 발목을 잡으며, 사실상 투자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연쇄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내 합병 관련 업무 추진 속도도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특히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직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가뜩이나 합병으로 인한 부서 재배치 등 소폭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합병이 될때까지 불안감을 안고 업무에 임해야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의 앞길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M&A 심사가 길어지다 보니 직원들의 사기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합병 여부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불안감 속 업무에 임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합병법인으로 투자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 중소 통신, 미디어 콘텐츠 업체들의 피해도 크다.

    드라마 외주 제작 A업체의 경우 당초 합병법인으로 투자확대 효과를 기대, 스태프 10여명을 새롭게 뽑았지만 당장 다음달 임금을 주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A업체의 한 관계자는 "합볍법인을 통해 매출 상승을 기대했었지만, M&A 심사가 길어져 향후 어떤 방향으로 회사를 꾸려 나가야 할 지 암담한 상황"라며 "일감이 몰릴 것으로 생각해 인력을 충원했는데, 당장 다음달 이들에게 줄 임금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세운다"고 토로했다.

    애니메이션 제작 B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열악한 제작환경 탓에 제대로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합병법인만 바라보고 있던 이들에게 M&A 심사 장기화는 길거리로 내몰리는 상황과 다름없다.

    B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한 통신사가 거대 외국 애니메이션 자본을 들여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의 설 곳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이런 시기에 방송통신 합병법인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추세 속 정부의 M&A 심사 장기화는 산업적인 측면에서 큰 손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는 불허든 조건부 인가든 조속한 결과를 발표해 더이상 국가적 손해를 방치 말아야 한단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 심사를 두고 5~6개월 동안 정부가 애매모호한 행동을 취해 사실상 관련 업계의 경영활동은 '멈춤'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더 이상 심사가 길어진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야이든 정부는 관련 사안을 신속히 처리해 국민들의 혼란을 야기시키지 말아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미래부와 방통위, 공정위의 경우, 의무를 망각한 채 보여주기식 '액션'과 수준낮은 행정력을 보이면서 국민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철강-조선-해운' 등 업계간 구조조정의 절실한 분야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