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대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군사력이 아닌 실용경제를 통한 부국강병의 꿈을 꿨다. 백성들에 대한 그의 치세(治世) 철학은 덕치(德治)였다. 그는 저서 목민심서를 통해 이같은 소신을 피력했다.  

‘遇有大獄(우유대옥)은 己力所及(기력소급)하야, 陰爲救援(음위구원)이면, 種德邀福(종덕요복)은 未有大於是者也(미유대어시자야)니라’ /斷獄편

‘큰 옥사를 만난 백성에게 자기의 힘이 미치는데까지 남몰래 구해준다면 덕을 심고 복을 맞이하는 일로,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는 뜻이다.

법을 추상 같이 집행하는 것이 상(上)의 정치, 가능하다면 덕을 베푸는 것이 긴 안목에서 더 좋은 상상(上上)의 정치라는 점을 정약용은 강조했다. 

최근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했다는 보도가 쏟아진 이후 법조계, 재계는 물론 네티즌 사이에서도 ‘대통령 8.15특별사면’ 포함 문제가 논란의 이슈로 달아오르고 있다.

재계에서는 청와대가 이 회장의 건강을 고려, 이번 특사에 포함시켜 경제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반면 반기업 성향의 단체와 일부 네티즌은 이회장의 꾀병 의혹을 제기하며 특사는 안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징역 2년 6개월 선고와 서울대병원 투병생활

이재현 회장 사건의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함께 벌금 252억원을 선고했고, 이 회장은 대법원에 재상고했었다. 

그러나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과 신장이식 부작용으로 최근 병세가 급속히 악화한데다 아버지 이맹희 명예회장의 사망 등이 겹치면서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돼왔다는게 CJ측의 설명이다.

CJ그룹은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투병 중인 이 회장의 유전병 사진을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그룹 측이 공개한 사진에는 CMT가 진행돼 엄지와 검지 사이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손가락이 굽어버린 손, 근육위축으로 발등이 솟아오르고 발가락이 굽은 발, 뼈만 남은 듯한 앙상한 종아리 모습이 나타나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부축 없이는 전혀 걷지 못하며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인해 젓가락질을 못해 포크를 움켜쥔 채 식사를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회장은 CMT 합병증으로 만성신부전증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은 데 따른 거부반응도 아직 지속되고 있으며 면역 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마저 겪고 있다. 스트레스와 충격이 겹치면서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상황이라고 CJ그룹은 밝혔다. 
  • ▲ CJ가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신체 상태. 팔과 다리 근육이 위축되면서 변형이 진행되고 있다. CJ 제공ⓒ
    ▲ CJ가 공개한 이재현 회장의 신체 상태. 팔과 다리 근육이 위축되면서 변형이 진행되고 있다. CJ 제공ⓒ

  • ▶이 회장 혐의 배임죄에 대한 논란은 여전

    이재현 회장의 가장 큰 혐의인 배임죄 판결에 대해서는 법조계 내에서 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검찰은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이 회장에게 309억원의 배임 혐의를 적용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상고심에서 이 회장의 배임에 따른 범죄수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법원은 “연대보증 당시 Pan Japan㈜이 변제능력 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상당한 정도의 대출금 채무를 자력으로 임의 변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여 대출금 채무 전액을 Pan Japan㈜의 이득액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며 서울고법에 되돌려보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해 이 회장에 대해 “장기간 다수의 임직원을 동원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하고 개인재산 증식을 위해 그룹 총수의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횡령, 배임 범죄를 저질렀다”며 벌금 252억원과 함께 징역형을 선고했다. 

    기업의 CEO나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영국, 미국등 영미법에서 형사법 적용은 폐지하고, 주주들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를 입혔는지 금액을 산정해 변상케 하는 민사법만을 적용한지 오래다.
     
    독일, 일본 등 대륙법에서는 아직 배임죄를 형사법으로 다루고는 있지만, 매우 엄격하게 적용할 뿐이다. 전세계적인 흐름이 기업 경영자 사건의 경우 회사에 끼친 손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토록 하되, 인신 구속은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 ▲ 이재현 회장은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상태라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이재현 회장은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상태라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엄격한 법 집행이냐, 특별사면이냐 

    서울고법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회장 사건은 법적 논란과 당사자의 건강문제가 혼재돼 있는 사건”이라며 “지난해말 서울고법이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해 집행유예 정도의 판결만 했더라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전세계적으로도 판결은 법률을 글자 그대로 미시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거시적 차원에서 더 큰 이익을 따져 적용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며 “법조계에서 풀리지 않은 부분은 특별사면으로 푸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물론 재벌 총수 재판 때면 하나같이 휠체어에 마스크를 끼고 법정에 등장했다가, 출소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아왔던 국민들에게는 이 회장의 경우도 의혹적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해보면 그의 현재 건강상태는 실제 최악의 상황이 확실시된다는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샤르코 마리 투스(CMT)병은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유전 질환이다. 유전자 이상으로 말초신경의 수초에 이상이 생기면서 손과 발의 근육이 점점 위축되어 힘이 약해지다가 나중에는 걷지 못하고, 움직임 부족으로 전신 근육도 감퇴하게 된다.
     
  • ▲ 이재현 회장은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상태라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886년 프랑스, 영국의 의학자들인 샤르코, 마리, 투스 등 세 사람에 의해 발견된 지 100년 이상이 지났지만, 이 병의 치료제는 아직도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고 있으며,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멈추게 하는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이 회장의 신부전증 수술 후유증도 심중한 상황이다. 그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2013년 8월 아내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의학적으로 신부전증 환자의 신장 이식 수술은 부모나 자식 등 직계 혈연의 신장을 받아야만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의 경우 생물학적으로 남이나 다름 없는 아내의 신장을 받았기 때문에 혈연관계에 있는 가족의 신장을 받은 경우보다 면역 억제제를 강하게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은 정상인은 거의 걸리지 않는 곰팡이나 특이한 바이러스에 감염에 되어 설사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영양은 대장에서 흡수되기 때문에 설사가 잦다는 것은 영양 섭취에 문제가 생겨 몸 전체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서울대병원 측은 “면역억제제가 신경 독성이 있는데다 간 기능도 나빠지게 해 갈수록 진행되는 샤르코 마리 투스병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그렇다고 면역억제제를 줄이면 이식 신장이 망가져 위험해지므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의 대법원 재상고 포기는 8.15 대통령 특별사면을 기대하며 던진 ‘최후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경제계 인사들은 오너 건강문제로 사면이 이뤄진다면 브렉시트 등 악재가 중첩돼 있는 글로벌 경제 상황에서 CJ가 총력적으로 일자리 창출, 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며, 이는 또한 다른 기업인들의 사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정약용이라면 CJ 이재현 회장의 8.15 특사문제에 대해 청와대에 어떤 조언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

  • ▲ 이재현 회장은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상태라고 회사측은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