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합의안 73.7% 찬성 가결, 총파업 위기 일단락사측·전문가 "개별협정", 노조는 3년 재논의 여지정치권 "보상은 노동조건" 발언에 해석 충돌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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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했지만,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이제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쟁점은 ‘10년 적용’ 조항의 성격이다. 

    사측과 일부 노동법 전문가는 이를 통상적 임금협약이 아니라 노사 간 개별협정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정부 중재 과정에서 나온 발언 등을 근거로 3년 뒤 재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총파업은 막았지만 성과급 합의가 ‘10년 고정 약정’인지, ‘3년 뒤 다시 다툴 수 있는 임금협상 사항’인지를 둘러싼 법리전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전체 투표 재적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투표해 투표율 95.5%를 기록했다고 공고했다. 찬성은 4만6142명, 반대는 1만6474명으로 최종 찬성률은 73.7%였다. 잠정합의안은 과반 투표와 투표자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하면서 효력을 갖게 됐다.

    이번 합의안에는 평균 임금 6.2% 인상과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 포함됐다. 핵심은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삼고 이를 향후 10년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지급 방식은 자사주가 중심이다.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하면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세전 연봉 1억원 기준 특별경영성과급 약 5억5000만원과 연봉의 50% 상한인 초과이익성과급(OPI) 5000만원을 더해 총 6억원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사업부는 약 2억1000만원, DX부문은 약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가 예상된다.

    ◇10년 개별협정인가, 3년 뒤 재교섭 대상인가

    이번 합의의 쟁점은 단순히 ‘얼마를 주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10년 적용 조항이 법적으로 어느 정도 구속력을 갖는지, 3년 뒤 노조가 다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지, 회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쟁점으로 번질 수 있는지가 모두 남은 변수다.

    사측과 일부 전문가들이 보는 핵심 논리는 비교적 분명하다. DS 특별성과급은 기본급이나 통상적 임금처럼 매년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근로조건이 아니라, 기업 실적이 나온 뒤 사후적으로 이익을 배분하는 특별 약정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노조법상 단체협약 유효기간 최대 3년 제한과 별개로, 노사가 10년 적용을 약속했다면 약정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DS 특별성과급을 “고정적 인건비로서의 임금이 아니라 기업 실적을 사후 배분하는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금과 같이 합의는 됐지만 통상적인 근로조건에 대한 단체협약과는 구별되는 특별성과급에 관한 노조와 회사 간 약정”이라며 “단체협약의 채무적 부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의 지적은 이번 합의의 모순을 겨냥한다. DS 특별성과급을 개별협정으로 보면 10년 약정의 효력은 강해진다. 그러나 이 경우 향후 노조가 같은 사안을 이유로 쟁의에 나설 명분은 좁아진다. 반대로 성과급을 임금·근로조건으로 보면 노조는 3년 뒤 재교섭을 요구할 논리를 얻지만, 동시에 10년 적용 조항은 노조법상 단체협약 유효기간 제한과 충돌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근로조건이면 10년 약정은 무효”라는 취지로 지적했다. 성과급을 임금으로 주장할수록 10년 보장 논리는 약해지고, 10년 약정으로 주장할수록 향후 이를 이유로 한 쟁의 명분은 좁아지는 구조다.

    ◇정부·정치권 발언이 만든 변수

    노조 측은 이 지점을 향후 재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본지 질의에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법상 3년 뒤 다시 DS 특별성과급을 논의할 수 있다면 노조의 힘이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은 “이와 별개로 10년 기간 중이라도 다른 방향의 개선은 찾을 수 있다”고도 했다.

    정치권 발언도 사측의 ‘10년 개별협정’ 논리와 충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과 관련해 “성과급 논쟁은 보상과 관련된 것이고, 보상은 대표적인 노동조건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노조법에서도 노동조건 관련 사항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영역에 포함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노조가 향후 성과급을 임금·근로조건으로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10년 적용 조항을 흔드는 논리로도 작용한다. 성과급이 대표적인 노동조건이라면 단체협약 유효기간 3년 제한과 맞물릴 수밖에 없고, 이 경우 ‘10년 제도화’는 법적 효력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반대로 사측 주장처럼 별도 개별협정으로 보면 10년 효력은 강해지지만, 노조가 향후 이를 이유로 쟁의에 나설 명분은 약해진다.

    성과급을 임금협상으로 봉합한 정부 중재도 딜레마를 남겼다. 고용노동부는 총파업을 막기 위해 성과급 문제를 노사 합의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이 성과급이 임금인지 별도 약정인지부터 다시 따져야 하는 상황이 됐다. 

    ◇DX 반발·주주권 논란까지 맞물린 장기 리스크

    법리 논란은 삼성전자 내부 갈등과도 맞물려 있다. 같은 회사 안에서 메모리 최대 6억원, DX 600만원이라는 성과급 격차가 현실화하면 조직 안정성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투표에서도 초기업노조는 찬성률 80.6%를 기록했지만 전삼노는 21.1%에 그쳤다. 합의안은 통과됐지만 노조 내부 온도 차는 수치로 확인됐다.

    DX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조 동행은 투표권 배제와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합의안이 통과됐더라도 공동교섭단 지위, 투표권, 대표성 문제를 둘러싼 노노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주권 논란도 남아 있다. 소액주주 단체는 영업이익 또는 사업성과에 연동한 성과급 구조가 사실상 이익 처분에 해당할 수 있다며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사주 지급 방식 역시 회사 보유 자사주가 임직원 보상 재원으로 이전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주주가치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계열사 도미노도 변수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식 성과급 산정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수억원대 성과급 사례가 현실화하면 이미 임금협상을 마친 계열사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이번 합의안의 진짜 쟁점은 “이 성과급이 임금인가, 개별협정인가”다. 임금이면 3년 뒤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지만 10년 적용 조항은 흔들린다. 개별협정이면 10년 효력은 강해지지만 향후 쟁의 명분은 약해진다. 삼성전자는 총파업을 피했지만 성과급 합의의 법적 성격을 둘러싼 정부·노조·사측 간 해석 싸움이라는 더 복잡한 후속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