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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원활했던 건설 M&A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상반기만 하더라도 4~5개 건설사가 매각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끌어올렸으나, 하반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이달 들어 경남기업과 STX건설이 잇달아 유찰된 것. 자칫 건설 M&A시장이 장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M&A시장에 10여개 건설사들이 나왔으며 그 중 △극동건설 △동부건설 △동아건설산업 △성우종합건설 △울트라건설 등이 새 주인을 찾았거나 매각완료 단계에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허가를 얻어 사모펀드(PEF)인 키스톤에코프라임과 M&A 투자계약을 체결했고, 동아건설산업도 같은 날 삼라마이다스(SM)그룹과 인수 본계약을 확정했다.
울트라건설은 지난 20일 관계인집회에서 호반건설에 인수되는 내용의 회생계획안이 통과됐으며, 극동건설도 상반기 세운건설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여기에 삼부토건 경우 최근 본입찰에 미국계 투자개발사 두 곳이 참여,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경남기업, 우림건설, STX건설 등에 이어 전 대한전선그룹 계열사인 TEC건설도 지난 18일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들의 매각과정이 하반기 들어서면서 밝지만은 않다.
작년 말 한 차례 매각이 유찰된 STX건설은 지난 22일 2차 매각 본입찰에서 인수후보들이 참여하지 않아 또 다시 무산됐다. 매각주간사 측은 재매각 여부를 이르면 내달 중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1일 매각 본입찰을 실시한 경남기업의 경우 본입찰에 참여한 1개 업체가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찰됐다. 자회사인 수완에너지 매각 실패로 인수비용이 1800억~2000억원까지 올라 인수에 부담이 되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여섯 곳 중 한 곳만 참여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경남기업 매각주간사 측은 먼저 수완에너지를 매각하고, 경남기업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애초 경남기업 인수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다수 있었으나, 수완에너지와 패키지로 매물이 나오면서 투자 열기가 얼어붙었다"며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경남기업이 법원과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별도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각 과정이 상반기에 비해 순조롭지 않은 것은 하반기 건설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다. 주택경기 침체 우려, 국내외 수주 감소와 건설투자 감소 전망 등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2014년 하반기부터 건설업계 호황을 불러온 국내 주택사업의 경우 작년 말부터 제기된 과잉공급 우려가 하반기 들어 다시 확산되고 있다. 대형건설사 10곳은 상반기(6만708가구)보다 1.7배가량 늘어난 10만8717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작년 상반기보다 40%가량 줄어든 해외수주를 비롯한 건설경기 전망이 부정적인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국내 건설수주는 작년 하반기(84조1000억원)보다 28.6% 감소한 60조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수주액 역시 작년보다 18.3% 줄어든 129조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건설투자 역시 수주 하락 여파로 감소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됐다.
이홍일 건산연 연구위원은 "지난달 브렉시트 결정으로 하반기 수주 급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어 건설투자와 직접적 연관성이 높은 건설기업의 국내 공사매출, 건설자재 출하 등도 감소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상반기 본계약을 체결한 건설사들이 대체로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매각가격이 줄어들어 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으며 여전히 비슷한 규모의 매물이 많다는 점도 부정적인 전망에 힘을 더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 업황이 부진한데다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간 양극화가 뚜렷해 기업정상화뿐만 아니라 인수 기업들이 투자금 회수에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며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는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