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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표그룹이 창사 이래 첫 기업공개(IPO)를 검토하는 등 그간 소극적이었던 것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세경영을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가장 유력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국내 일부 증권사들에게 삼표피앤씨, 삼표이앤씨, 삼표산업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한 IPO 제안서를 받았다.
삼표그룹은 지난 1966년 전신인 삼강운수 설립 이후 50여년 간 IPO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다. '은둔의 기업'이라고 불릴 정도로 IPO에 관심이 없던 정도원 회장의 삼표가 올해 계열사 세 곳의 IPO를 검토 중이다.업계에서는 그 배경을 놓고 △부채비율 개선 △유진기업의 (주)동양 경영권 견제 △오너 아들인 정대현 동양시멘트 부사장의 영향력 강화 등으로 관측이 나뉘고 있다.
우선 지난해 동양시멘트 지분 55%를 7943억원에 인수한 삼표그룹은 현재 부채비율 89.69%로 인수 전과 비교해 약 6배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100%가 넘지 않기 때문에 부채비율 개선을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유진기업의 (주)동양 경영권 견제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보유 중이던 (주)동양 지분 5%를 계열사들에 매각했다. 이와 관련 삼표 측은 "정도원 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한 차익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유진기업이 27.5%까지 지분을 늘리며 최대주주에 올라선 상황에서 경영권 차지가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경영권 차지를 위한 경쟁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견제의 목적으로 추가 지분을 매입할 여지는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외형 확대를 모색하려는 정대현 동양시멘트 부사장의 영향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실제 정대현 부사장은 지난해 동양시멘트 인수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정도원 회장 하에서 동양시멘트 M&A에 주도적 역할을 한 정대현 부사장은 외형 확장에 주도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도원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씨는 지난 2005년 삼표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지난해까지는 삼표이앤씨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양시멘트 부사장을 함께 겸임하는 등 시멘트·건설업계에서 업무 능력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특히 정 부사장은 시멘트 등 기초소재 분야에 집중하고 있어, 삼표 계열사들의 IPO를 통한 자금 확보는 동양시멘트와의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동양시멘트는 연간 영업이익률 8.5%로 시멘트업계에서 안정적 수익을 낼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은 올해 70세로 고령이며, 시멘트업계에서 10여년 간 업무를 수행해온 정대현 동양시멘트 부사장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최근 시멘트업계가 오너 3세 시대로 접어들고 있어 삼표 역시 3세경영의 본격화 가능성은 충분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IPO는 단순 검토 중인 사항으로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다"며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삼표그룹의 최대주주는 81.9%를 보유한 정도원 회장이다. 2대 주주는 지분율 14.07%로 장남인 정대현 동양시멘트 부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