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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상훈(34·가명)씨는 동급 대비 넓은 차체와 세련된 디자인, 고급스러운 옵션에 반해 지난 여름 르노삼성 SM6를 샀다. 김 씨는 여름휴가 이후 에어컨이 고장 난 것은 아닌지 의심돼 카센터를 찾았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불만족스러운 답변에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 증상을 검색한 그는 동일한 불만을 제기하는 SM6 차주들이 다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대로 운전석 하부를 본 김 씨는 허술한 마감에 놀랐다. 그는 "어떻게 3000만원이나 주고 산 차를 이렇게 만들 수 있는지, 겉으로만 치장하고 속은 허접스럽게 만든 르노삼성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 QM6 출시를 기다려 온 최성겸(39·가명)씨는 지난달 출시된 신차를 보고 난 뒤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SM6의 부실한 운전석 하부 마감을 해결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직접 마감에 나선 직장 동료의 고충을 본 탓이다. 최씨는 동료의 차를 본 뒤 설마 QM6도 그렇겠냐고 생각했지만, 판박이처럼 똑같이 허술하게 마감된 것을 보고 다른 곳도 같은 식이 아닐지 의심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히트 차종인 SM6에 이어 QM6도 운전석 하부가 부실하게 마감됐다.
SM6 차주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은 가운데 QM6에도 같은 문제점이 발견된 만큼 '고급화'를 강조하고 있는 르노삼성의 전략에 흠집이 예상된다.
13일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SM6와 관련된 소비자의 자동차결함신고 중 31건 중 9건이 냉각장치 불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운전석 하부 가속페달 우측으로 냉각수 파이프가 별도의 마감 없이 노출돼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발열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또 올 여름 논란이 된 SM6의 에어컨 냉기 문제 원인이 이 때문이라는 지적과 발이 닿을 수 있는 부분이어서 자칫 화상이 우려된다는 불안감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불량 마감은 심각한 결함으로 취급되지는 않아, 사실상 리콜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측 역시 이에 대해 인지는 하고 있지만, 별도의 조치를 취할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르노삼성 관계자는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모니터링을 지속하며 제품 개선을 이어오고 있다"며 "해당 건의 경우 안전과 미관에 큰 지장이 없어 고객에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해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의 이 같은 태도에 직접 마감처리를 하는 차주도 생겨났다. 보온용 커버를 씌운 사례부터 카센터에 의뢰해 타사 차량처럼 가속페달 옆쪽을 마감한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돈 얼마나 든다고 저런 흠을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뉴데일리경제가 확인한 동급의 타사 모델의 경우 노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부품이 감춰진 상태로 출고되고 있었다. -
SM6는 지난 3월 출시 이후 총 3만8930대가 판매됐다.
르노삼성은 자가용 등록 대수(3만6469대) 기준으로 SM6가 국내 중형차 판매 1위에 올랐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최고급 트림인 RE와 고급모델인 LE 트림 선택 비중이 전체의 88%를 차지한다며 고급화 전략이 시장에 통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원가절감 노력이 과했는지 운전석 하부 마감은 부실했고, 3000만원 이상의 준대형급 가치를 기대했던 소비자의 실망은 커지고 있다.
한편 SM6와 마찬가지로 중형 SUV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QM6 역시 동일한 마감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르노삼성은 QM6에도 동일한 고급화 전략을 추구, 3000만원 이상의 최고 트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직 시장에 풀린 차량이 많지 않아 리콜센터 등에 불만을 제기한 소비자는 없지만, SM6와 마찬가지로 마감 개선을 요구하는 이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
QM6는 지난달 말 출시돼 영업일 수 7일 만에 총 2536대가 판매됐다. 또 사전계약을 포함해 총 1만대가 계약된 상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메이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원가절감과 소비자 만족 모두를 잡으려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눈에 보이는 곳을 고급화하고 그렇지 않은 곳의 자재 수준을 낮추는 것도 전략"이라며 "이 같은 경우는 안전과 성능상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디자인 요소에 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