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미흡으로 연구 중단… 혈세 109억원 낭비 지적국토부 "연구비 46억 회수·사업참여 제한 조처"로템 "중간에 과제 통합 논의로 혼란… 코레일 상용화 포기도"
  • ▲ KTX산천 열차.ⓒ연합뉴스
    ▲ KTX산천 열차.ⓒ연합뉴스

    2층 고속열차(KTX) 개발이 중단돼 혈세 낭비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연구·개발(R&D) 도중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이 2개월간 헛논의를 벌이고 텀터기는 연구주관기업인 ㈜현대로템이 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정부가 KTX 승객 수송용량을 1.5배 늘리려고 시속 300㎞급 2층 KTX를 개발하다 실패해 국민 혈세 109억원을 날렸다고 주장했다. 민간 투자비까지 합치면 개발 중단으로 허공에 뜬 R&D 비용은 138억원 규모다.

    전 의원에 따르면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은 2013~2017년 290억원을 들여 2층 KTX를 개발하기로 하고, 주관연구기관으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선정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2차연도 과제평가에서 주관연구기업인 현대로템이 낙제점인 49점을 받아 연구가 중단됐다. 정부 지원을 계속 받으려면 평가점수가 60점을 넘어야 한다.

    전 의원 설명대로면 현대로템은 세부 증빙자료 제시 미흡, 논문 등 성과목표 미달성, 연구비 집행실적 미흡, 세부과제에 관한 통합 연구 추진일정과 실적 제시 미흡 등으로 낙제점을 받았다.

    전 의원은 현대로템이 다른 연구과제인 '고속화물열차 및 여객화물 복합열차'에도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해 2층 KTX보다 못한 46.6점을 받았고, 해당 과제도 중단됐다고 밝혔다. 중단 사유도 2층 KTX와 비슷하다. 예산 사용이 적어 연구활동이 미진하고 계획 대비 실적이 저조해 연구성과가 미달성된 것으로 지적됐다.

    전 의원은 "2층 KTX 등의 개발처럼 묻지마식 난개발에 대해 귀책사유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며 "과거 틸팅열차처럼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하고도 방치되는 결과물이 많은데 누구도 책임지지 않다 보니 연구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난개발이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2층 KTX 개발 중단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수행실태를 점검한 결과 현대로템의 연구수행이 불성실한 것으로 판정됐다는 태도다. 지난 9월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연도 정부지원 연구비 46억원 전액을 환수하고, 현대로템은 3년간 국가 R&D사업 참여를 제한했다고 부연했다.

    현대로템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했다. 연구 추진일정과 실적 제시 미흡, 계획 대비 연구실적 저조에는 국토부와 산하기관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현대로템 설명으로는 사업 2차연도였던 2014년 6~8월 국토부와 KAIA, 철도연이 기존 2개 연구과제를 통합할지를 두고 논의를 벌였다. 고속화물열차 관련 연구과제에서 설계에 참여하고 있던 현대로템으로선 해당 연구과제가 기존 2층 KTX 개발 연구와 통합될 수 있으므로 논의 기간에 연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와 산하기관은 2개월간 논의를 벌였지만,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과제는 원래대로 2개가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현대로템만 2개월간 허송세월한 셈이다. 현대로템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정식으로 이의제기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달 연구비를 반납했다"고 전했다.

    설상가상 2층 KTX 수요처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9월 관계기관 회의에서 2층 KTX를 상용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일정이 지연된 만큼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할 상황에서 코레일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기관 회의에서 '수요가 사라졌는데 개발해서 무엇하냐'는 소리까지 나왔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