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째 노사 평행선, 2013년 23일 기록 넘길 듯 피해액 눈덩이… 잠정 200억원대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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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열차.ⓒ연합뉴스
철도노조 파업이 14일로 18일째다. 노사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렇다할 돌파구가 없어 역대 최장기 파업 기록 23일을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
파업 장기화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잠정 피해액이 200억원대에 달한다며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중이다.
◇파업 장기화… 열차운행률 84.5%
파업 장기화로 열차운행률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13일 오후 3시 현재 전체 열차운행률은 평소의 84.5% 수준이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소와 같이 100% 운행했다. 수도권 전철은 2052대에서 1858대로 줄어 90.5%를 보였다.
새마을호는 52대에서 30대, 무궁화호는 268대에서 167대로 각각 57.7%와 62.3% 수준에 머물렀다. 화물열차는 247대에서 118대로 줄어 평소의 47.8% 운행에 그쳤다.
파업 첫날 열차운행률 92.6%와 비교하면 17일 새 8.1%포인트 낮아졌다. KTX와 통근열차는 아직 감축운행이 없지만,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각각 4.8%포인트와 11.8%포인트 내려갔다. 화물열차는 2.8%포인트 낮아졌다.
파업참가자는 출근대상자 1만8358명 중 7734명으로 파업참가율은 40.2%다. 복귀자가 349명으로 늘었지만, 참가율은 크게 변동이 없는 실정이다. 철도가 전통적인 강성노조인데다 과거 23일간 장기 파업의 경험이 있어 파업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고발된 노조 간부는 19명, 직위해제자는 176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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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노조파업.ⓒ연합뉴스
◇노사 평행선… 정치권 중재도 쉽지 않아
문제는 노사 양측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는 점이다. 대화의 접점을 찾기 어렵다 보니 코레일 내부에서는 이번 파업이 역대 최장기 파업을 경신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파업의 쟁점은 성과연봉제 도입이다. 철도노조는 지난달 27일 공공운수노조 연대파업에 동참하면서 지하철 구의역 사망사고를 예로 들어 "정부가 공공성과 안전을 포기하고 수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인 성과연봉제와 저성과자 퇴출제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코레일이 지난 5월30일 이사회를 열어 철도노조와 제대로 된 단체교섭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체계를 변경했다"며 "코레일이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보충교섭에 성실히 응하지 않음에 따라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비난의 화살을 코레일에 돌렸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통과된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아닌 만큼 노사협의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파업이 정당성을 잃었다는 태도다.
홍순만 사장은 파업 사흘째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도파업은 고용노동부에서 불법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며 "중앙노동위원회가 이사회 의결안의 효력 유무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조정안을 내 (코레일은) 받아들였지만, 노조가 거부하고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노조와 충분히 대화했지만, 성과연봉제를 두고는 대화가 안 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 없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했다"고 강조했다.
성과연봉제는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정부 정책이어서 코레일이 독단적인 돌출행동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코레일 관계자는 "6월부터 대화를 요구했고 공식, 비공식 포함 18회쯤 만났다"며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우려하는 바가 있다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법과 평가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자고 했으나 노조는 도입 철회만을 요구하고 있어 대화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중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3일간 파업을 이어갔던 지난 2013년에는 철도 민영화 이슈와 관련해 여야가 국회 국토교통위 내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하면서 실마리를 찾았다.
노조는 학습효과에 따라 이번 파업 돌입 후 더불어민주당을 찾아 중재를 촉구했다. 그러나 여당이 얼마나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국정감사 파행 등 각종 이슈에 대해 여야 간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어 정치권 상황도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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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인력 교육.ⓒ연합뉴스
◇피해 눈덩이… 잠정 손실액 200억, 더 늘어날 듯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레일은 운송 차질 등으로 말미암은 영업 손실액이 파업 열흘째인 지난 6일 현재 143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13일까지 추산한 잠정 피해액은 200억원대에 달한다. 2013년 파업 당시 공식 피해액은 162억원이었다.
코레일은 철도노조를 상대로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낸 상태다.
파업이 길어지면 아직 100% 운행률을 보이는 KTX 여객 수송도 차질이 불가피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3년 파업 때는 파업 8일째인 12월16일까지 KTX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9일째부터는 차츰 운행률이 떨어져 16일째인 24일에는 가장 낮은 76.8%까지 내려갔다.
다만 코레일은 올해는 열차 운행에 필요한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여객 수송률이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부연했다. 기존 필수인력에 복귀자, 열차 운행이 가능한 승무사무소 팀장급 대체요원, 수서발 고속철도(SRT) 운영사인 ㈜SR 기관사 등이 충원돼 파업 전과 비슷한 수준의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레일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 대체인력의 피로도를 줄이고 화물열차 추가 운행을 위해 인력 추가 확보에 나섰다. 코레일은 지난달 30일 기간제 직원 1000명을 수시 모집한다고 발표했다. 파업 추이를 봐가며 최대 3000명까지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796명을 채용해 교육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코레일은 노조가 장기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추가 채용을 서둘러 이번 주말께 애초 계획했던 1000명을 모두 채용할 예정이다.
홍 사장은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열차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