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중 1대꼴로 노후 전동차… 4년 만에 2배 증가최근 5년간 72명 음주로 징계… 기강 해이 심각
-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자회사,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 여부와 파업의 원인인 성과연봉제를 놓고 야당과 홍순만 코레일 사장 간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대전시 동구 철도시설공단 회의실에서 열린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주장을 폈다. 야당은 이번 파업을 불법으로 판단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했다.
더민주 윤후덕 의원은 "공공기관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는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와 관련한 최종 결정은 사법부 판단이 필요하다는 태도"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는 성과연봉제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의원은 "코레일이 임금체계 변경을 단체교섭대상으로 보고 노조에 보충교섭을 요구한 데 이어 두 차례 본교섭까지 진행했다"며 "코레일이 뒤늦게 단체교섭대상이 아니어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이원욱 의원은 "금융, 병원노조도 성과연봉제를 두고 파업을 하는데 왜 철도파업만 불법이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최인호 의원도 "임금 관련 사안은 단체교섭대상으로 보는 게 사회통념"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라 일부 노동자에게 임금 하락 등 불이익 변경이 발생하므로 불법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홍 사장은 "철도파업은 고용노동부에서 불법으로 유권해석을 내렸다"면서 "중앙노동위원회가 이사회 의결안의 효력 유무는 사법부의 판단을 받도록 조정안을 내 (코레일은) 받아들였지만, 노조가 거부하고 파업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사장은 "노조와 충분히 대화했지만, 성과연봉제를 두고는 대화가 안 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이 없는 방식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했다"고 부연했다.
열차 안전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차량은 낡고 직원은 음주로 징계를 받는 등 기강이 해이하다는 지적이다.
최인호 의원은 "서울지하철 1호선 등 전동차 총 2450량 중 21.8%인 535량이 20년 이상 된 낡은 차량"이라며 "2012년 234량에서 4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대수명(사용 내구연한) 25년이 넘은 차량 5량이 모두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앞으로 5년간 더 사용될 예정"이라며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노후차량 관리개선 추진'보고서를 보면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노후차량의 안전성을 신뢰하기 곤란하고, 도입 취지와 달리 높은 합격률로 말미암아 차량 교체가 지연되는 악순환이 있다고 적시돼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이 운영하는 도시철도에서 고장으로 발생한 운행 장애는 2012년 10건, 2013년 16건, 2014년 18건, 2015년 14건, 올해는 8월까지 13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같은 당 임종성 의원은 코레일 직원의 안전불감증을 문제 삼았다. 임 의원은 "최근 5년간 술을 마시고 업무를 본 직원에게 내린 징계가 총 74건에 달한다"며 "철도 안전을 책임져야 할 직원이 근무 중 음주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임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근무 중 음주행위로 징계를 받은 직원의 소속 부서는 차량정비와 역무, 차량 운전 등 다양하다. 차량 분야가 37명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다. 임 의원은 "차량분야는 철도 안전과 직결된 업무로, 근무 중 음주 적발자만 27명에 달해 심각성이 더하다"며 "코레일이 직원의 기강 해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위원장인 더민주 조정식 의원은 이날 현재의 철도의 날이 일제의 잔재라며 새롭게 철도의 날을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 위원장은 "현행 철도의 날은 일제가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1899년 개통한 경인선을 기념하기 위해 지정했다"며 "정부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철도의 진정한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기념일을 찾아 새롭게 지정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