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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서희건설은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이 1조원을 넘어섰으며, 호반건설은 지난 7월 성북구 보문5구역 재개발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서울지역 첫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희건설은 올 상반기에 이미 1조973억원 수주실적을 올리면서 상반기 기준 대림산업(1조5954억원), 포스코건설(1조358억원)과 함께 나란히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이들 3개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건설사가 아직 1조원 이상 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게 선방하는 셈이다.
실제 메이저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건설사인 SK건설(8387억원·SK뷰), 대우건설(8066억원·푸르지오), GS건설(5558억원·자이), 현대산업개발(2108억원·아이파크) 등도 가입하지 못한 실적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서희건설은 그동안 쌓아온 지역주택조합사업을 기반으로 재건축·재개발, 뉴스테이 등으로 주택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주택조합사업 덕분에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면서 이익은 많이 남지만 리스크가 큰 일반분양사업에 얽매이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 19위인 태영건설은 지난 1월과 4월 경북 포항시 장성동(포스코건설과 컨소시엄)과 경기 의왕시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도급공사 위주였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면서 정비사업을 확대한 결과 지난해(약 3000억원)에 이어 올해도 4200억원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 3000억원대 수주고를 올린 호반건설도 '1조 클럽' 가입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 지난 7월 대림산업·한진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재개발 시공권을 따내고, 최근 서울 보문5구역의 재개발 시공사로 확정됐다. 여기에 계약발표를 앞둔 2건의 수주금액이 수천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동문건설과 우미건설도 1000억원 안팎의 재건축사업을 따냈으며, 중흥건설 역시 경기 수원시 팔당구 150-10구역에서 2236억원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이처럼 중견사들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부가 2017년까지 신규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신규분양을 해 온 중견사들이 주택용지 확보가 어려워지자 눈을 돌린 곳이 정비사업인 셈이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중견사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토지비로 안정된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공공택지사업에 주력해왔다"며 "주택공급 과잉 우려로 공공택지 지정이 중단되다보니 사업할 부지가 부족해 정비사업 수주에 사활을 걸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견사들의 경쟁력 향상도 정비사업 수주를 가능하게 작용했다. 최근 1~2년간의 분양시장 호조로 '호반베르디움' '서희스타힐스' '중흥S-클래스' 등 중견사들 브랜드의 네임밸류가 한층 높아진 상태다.
분양대행사 C사 관계자는 "설계나 시공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중견사와 대형사 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중견사들은 경쟁력 있는 분양가를 제시하고 있는데다 혁신적인 평면도 적용하고 있는 등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된 분양시장에서 자신들만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7년 말 종료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내년 초까지 시공사 선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서두르는 조합들이 많아진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단독 시행이 가능해진 부동산신탁사들의 수주 소식은 아직 잠잠한 상태다. 지난해 말부터 전담팀을 꾸리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현장설명회에 얼굴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수주가 녹록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법 개정 후 신탁사가 단독시행자 방식으로 사업을 따낸 곳은 대한토지신탁의 인천 계양구 신라아파트와 코리아신탁의 경기 안양시 동안구 진흥·로얄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 두 곳에 불과하다.
앞서 대형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알짜 대형 사업장보다는 500가구 안팎의 중소형 사업장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금부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조합들의 숨통을 틔워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이 갖고 있는 한계가 고스란히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로 수주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서울 비인기지역이나 지방 사업장에서의 경험이 필요해 보인다.
신탁사 D사 관계자는 "대형 사업장과 다르게 중소형 사업장은 조합원의 비전문성, 자금조달능력 부족, 과도한 시공사 의존도 등이 사업을 지연시키는 원인이었다"며 "노하우가 쌓이기 전까지는 무작정 수주를 늘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 외 지역에서의 수주를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